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미시간주에 있는 SK실트론의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공장을 방문한 건 처음이다.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 유치 실적을 부각하는 동시에 한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베이시티 SK실트론CSS 공장을 찾았다. SK실트론CSS는 웨이퍼 생산업체 SK실트론의 자회사다. SK실트론이 2020년 미국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4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에 인수해 설립했다. 베이시티 공장은 차세대 반도체의 원료로 불리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주로 생산한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유정준 SK E&S 부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을 맞아 최신 제조 시설을 소개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SK실트론CSS 리더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서 "그들은 여기에서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월 최태원 SK 회장이 화상 면담을 통해 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 같은 곳에서 만든 외국 반도체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에 반도체 공급망이 생길 것"이라며 "이는 '게임 체인저'다"라고 주장했다.

SK실트론CSS 공장에서 생산한 SiC 웨이퍼가 주로 전기차용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과 맞다는 평가도 있다. SiC 웨이퍼를 통해 생산한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 웨이퍼에서 나온 제품보다 고온·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낼 수 있다.

SK그룹은 SiC 웨이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SK실트론CSS는 3억달러(약 4000억원)를 투입해 베이시티 공장을 신축했다. 지난해 9월엔 소재사업 강화 전략의 하나로 SiC 웨이퍼 연구개발(R&D) 등에 7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듀폰 사업부 인수 금액까지 합치면 총 투자금액은 총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