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소비자라고 해서 40·50대처럼 보이는 옷을 입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옷을 통해 자신의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고 싶어하죠.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전략이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사진=GS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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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샵이 단독으로 판매하는 여성복 브랜드 '모르간'을 담당하는 상품기획자(MD)의 말이다. GS샵은 TV홈쇼핑 시청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브랜드의 타깃을 특정 나이대에 국한하기보다는 넓히는 방식을 택했다. 40·50대 엄마와 20·30대 딸이 함께 입을 수 있는 옷을 판매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20·30대 MD가 만든 옷…연간 주문액 1000억원 '눈앞'

GS샵에서 여성 의류 브랜드 '모르간'을 담당하는 상품기획자(MD)와 오운브랜드 팀장. 왼쪽부터  박은지 MD, 박정은 팀장, 서민지 MD. 사진=GS샵 제공
GS샵에서 여성 의류 브랜드 '모르간'을 담당하는 상품기획자(MD)와 오운브랜드 팀장. 왼쪽부터 박은지 MD, 박정은 팀장, 서민지 MD. 사진=GS샵 제공
타깃 나이대를 확대하기 위해 GS샵은 담당 브랜드 MD에 20·30대를 기용했다. 현재 GS샵에서 매출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랜드 모르간을 담당하는 MD는 1991년생 서민지 씨와 1998년생 박은지 씨다. 모르간 브랜드가 소속된 오운(Own·자체 운영)브랜드팀을 이끄는 박정은 팀장만 1982년생으로 40대다.

회사 내부에선 '브랜드를 담당하는 MD의 나이가 주요 시청자 나이대와 달라서 소비자의 선호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어떡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우려와 달리 '젊은 피 수혈'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GS샵에 따르면 모르간의 올해 1~10월 주문금액은 867억원으로 2011년 국내 론칭 이후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연간 주문금액인 817억원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GS샵이 취급하는 자체 운영 패션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연간 주문금액 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담당 MD들은 타깃을 확대하기 위해 20·30의 시선에서 40·50과의 '적당한 접점'을 찾은 것을 성공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들이 꼽은 대표적인 성공 상품은 '골지 니트'다. 모르간 메인 MD인 서씨는 신축성이 좋아 몸에 딱 붙는 골지 니트 상품을 판매하려고 했지만 내부에선 '체형이 무너진 40·50대 소비자는 몸에 딱 붙는 골지 니트를 구매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서MD는 몸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을 정도로 옷의 품을 늘리면서도 골지 니트의 특성인 '핏'을 살리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았다. 이렇게 20·30과 40·50의 수요를 적절히 섞은 제품은 올해 봄·여름(SS) 시즌 동안 12만 장이나 판매됐다.

'딸과 엄마가 함께 입는 옷'으로 브랜딩

이러한 시도 등을 통해 모르간은 '딸과 엄마가 함께 입는 옷'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GS샵에 작성된 모르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상품평을 분석한 결과 최근 1년(작년11월~올해10월) 작성된 상품평 8만7000건 가운데 '딸'이라는 키워드가 추출된 글은 1300건에 달한다. 2019년 1~12월 '딸' 키워드가 포함된 상품평이 705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약 두 배로 많아진 것이다.

박 MD는 상품평 내용에 대해 "'50대인 내가 입으려고 샀는데 20대인 딸이 더 잘 입고 다닌다' '내가 입은 걸 보고 딸도 원하던 스타일이라고해 추가 주문했다'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오운브랜드팀을 총괄하는 박 팀장은 성공적인 홈쇼핑 패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깃을 재설정하는 것 외에 제품의 품질 향상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홈쇼핑 소비자들은 새로운 의미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시한다"며 "예전에는 가격이 싸고 양이 많은 것이 가성비 좋은 상품이었다면 최근에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고품질 제품을 일컬어 가성비가 좋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