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최신 공장인 경기 이천 M16. 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최신 공장인 경기 이천 M16.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세계 2위(시장점유율 기준) 자리를 일본 키오시아에 다시 내줬다.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자회사 솔리다임 합산)은 2분기 19.9%에서 3분기 18.5%로 하락했다. 일본 키오시아 점유율은 2분기 15.6%에서 3분기 20.6%로 급등했다.

매출을 놓고 봐도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은 25억3930만달러로 2분기 대비 29.8% 급감했지만 키오시아는 매출(28억2990만달러)은 같은 기간 0.1%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가동 중단 日 키오시아 공장 3분기에 정상화
두 회사의 매출, 점유율이 극명하게 차이 나는 이유가 뭘까.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 PC, 기업용 서버 시장 부진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낸드플래시가 들어가는 정보기술(IT) 제품이 잘 안 팔리니까 수요가 줄었고, SK하이닉스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키오시아의 선전은 연초 공장 가동 중단의 부정적인 효과에서 벗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 1월 말 키오시아는 미에현과 이와테현에 있는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생산을 중단했다. 불순물이 포함된 원재료 때문에 생산 라인이 오염된 영향이다.
자신만만했던 SK하이닉스…'세계 2위' 타이틀 日에 내줬다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반도체 공장이 멈추면 3개월 이상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오염이 발생하면 라인에서 만들고 있던 반도체 대부분을 폐기해야하고, 다시 라인을 가동해도 원재료 투입부터 제품 생산까지 최장 3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 중단은 2분기 키오시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키오시아의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16.3% 감소했다. SK하이닉스 2분기 매출은 12.1% 급증했다. 키오시아가 원활하게 낸드플래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주문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로 옮겨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3분기에는 키오시아의 생산이 정상화됐다. 잠시 떠났던 고객들이 돌아왔고 키오시아는 3분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2분기와 비슷한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키오시아가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솔리다임 흑자 기대했지만 적자 커져
SK하이닉스는 2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시장에선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전문 자회사 솔리다임과의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SK하이닉스는 점유율 10% 안팎의 세계 5위권 낸드플래시 업체였다. 2020년 10월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전체를 당시 환율 기준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합산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려 세계 2위권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낸드플래시의 핵심 제품으로 떠 오른 SSD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단품 경쟁력이 강했지만 인텔은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만드는 SSD가 주력 제품이다.

2021년말 1단계 인수작업을 완료했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솔리다임'으로 이름 붙이고100% 자회사로 뒀다. 솔리다임은 솔리다임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패러다임의 합성어다.
솔리다임의 3D 낸드 SSD
솔리다임의 3D 낸드 SSD
이때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는 자신만만했다. 2022년 솔리다임이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곤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낸드플래시 시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솔리다임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솔리다임 경영진 퇴사...리더십 위기
솔리다임의 손실은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사업이 '적자'로 전환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솔리다임을 포함한 미국 낸드 법인(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은 3분기에 613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누적 순손실은 8717억원에 달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 담당 사장은 지난 10월 열린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지금 시황이 연초 예상 대비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 솔리다임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인수로 사업부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면서 시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은 영향도 있었다. 노 사장은 "인텔의 한 사업부로 있다가 독립 회사로 바뀌는 과정에서 급격한 시장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솔리다임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솔리다임 초대 대표(CEO)였던 로버트 크룩은 지난달 퇴사했다.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CEO)도 기술전문위원으로 물러났다.
SK하이닉스 4분기 적자전환 전망 나와
낸드플래시 불황에 솔리다임의 불시착까지 겹치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올 4분기에 적자로 전환하고, 내년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730억원 손실'이다. 내년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8432억원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자산은 5조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내년에 자본적지출(CAPEX) 투자를 올해 대비 50% 이상 줄인다고 밝혔지만, 일상적인 시설투자를 위해 필요한 금액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마감(2025년 2월)까지 시한은 남았지만, 인텔에 지급해야 할 솔리다임 인수금 잔액(20억달러, 약 2조6700억원)도 남아있다. SK하이닉스가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 상황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SK하이닉스가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치솟은 조달금리 등을 감안할 때 SK하이닉스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 고난의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솔리다임 건물
솔리다임 건물
관건은 낸드플래시 업황의 반전 시기다. 시장에선 내년 하반기가 돼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낼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노 사장은 "(솔리다임) 통합 작업이 향후 1, 2년 이내에 완성되면 향후 경쟁 지형에서 SK하이닉스가 가지는 전략적 이익이 현재의 여러 가지 어려움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솔리다임과의 협업을 통한 사업적 시너지 창출에도 집중해 다가오는 시황 악화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