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전성기 이끈 미켈레 떠난다…"관점의 차이 때문에 길 갈라질 때 있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7년 만에 구찌를 떠난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그룹 고위 관계자와 미켈레의 오랜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이 모험에 많은 것을 가져다준 것에 감사하다”며 “미켈레와 함께한 시간은 구찌 역사상 가장 뛰어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케링그룹은 이번 결정의 이유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켈레는 이날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관점의 차이 때문에 길이 갈라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197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미켈레는 2002년 구찌에 입사한 뒤 2015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돼 구찌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그는 수석디자이너를 맡은 지 4년 만에 구찌 매출을 40% 이상 늘렸다. 구찌를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받는 젊은 브랜드로 변신시켜 ‘패션업계의 예수’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일에는 서울 경복궁에서 구찌 패션쇼를 기획하는 등 한국 시장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엄격한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구찌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갈등의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켈레가 구찌를 총괄한 지 3년 만인 2018년 매출 83억달러(약 11조224억원)를 달성한 이후 최근 연도까지 매출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케링 산하의 다른 브랜드인 발렌시아가와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등이 꾸준히 성장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번스타인의 루카 솔카 애널리스트는 “구찌는 미켈레가 수석디자이너를 맡은 이후 7년 동안 변화가 없어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구찌의 재점화를 위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