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지난 9월에 제시한 2.2%와 비교해 0.4%포인트 낮은 수치다. 세계 경제가 2024년부터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이때까지도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OECD, 내년 韓 성장률 2.2%→1.8%…"고물가·고금리로 성장 모멘텀 잃었다"
OECD는 22일 한국 및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이 담긴 ‘경제전망’ 보고서를 공개했다. 주요 국제기구 가운데 한국의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제시한 것은 OECD가 처음이다. 지난달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2.0%로 예측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9월 2.3%로 전망했다.

국내 연구기관 중에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0일 1.8% 예측치를 내놨고, 한국금융연구원은 8일 1.7%로 내다봤다.

OECD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한 데 비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 9월과 동일한 2.2%로 전망치를 유지했다. 그만큼 한국 경제 상황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부정적이란 의미다.

OECD는 2024년 세계 경제는 2.7%, 한국 경제는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1%대 이하 성장을 기록한 적은 한국은행이 1954년 성장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지난 68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오일쇼크 영향을 받은 1980년(-1.6%),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0.7%) 등 과거 네 차례의 경제위기 모두 1%대 이하 침체기는 1년에 그쳤다.

OECD는 “한국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민간 소비 위축,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 압박 등을 꼽았다. 특히 증가하는 부채 상환 부담은 주택 가격 조정을 가속화할 리스크로 작용하는 한편 일부 기업 부실을 촉발할 수 있다고 OECD는 경고했다. 또 미·중 경쟁과 같은 보호무역주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잠재적 지정학적 긴장도 한국이 속한 공급망 재편을 야기할 요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OECD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긴축적 통화정책은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의 내년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9월과 마찬가지로 3.9%로 유지했고, 2024년은 2.3%로 예측했다. 세계의 평균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내년 6.0%, 2024년 5.4%로 전망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