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자 출신 20대 CEO의 변신…"트레이너 꿈 대신 500억 기업 일궜죠"
운동을 좋아해 헬스 트레이너를 꿈꿨다. 하지만 200만원 안팎 월급으로 가계를 책임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창업만이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대 창업자에게 사회는 녹록하지 않았다. 사기를 당하고 판매권도 빼앗기는 등 쓴맛을 톡톡히 봤다. 낙담하던 중 우연히 본 미용(美容)용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광고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수많은 LED 마스크 제조사 문을 두드린 끝에 창업에 성공했다. 불과 4년 만에 매출 500억원을 바라보는 앳홈 양정호 대표(사진) 얘기다.

양 대표는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성공에 대한 갈망이 컸다”며 “군 전역 후 집에서 곧바로 무자본 1인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 날 LED 마스크 TV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보고는 시장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다. 즉시 국내 모든 LED 마스크 제조사에 연락했다. 회신이 돌아온 곳은 단 한 군데. 제품을 살 자금이 없던 그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업체 대표는 제품을 먼저 판매한 뒤 그 수익으로 값을 치를 수 있도록 허락했다. 양 대표가 책정한 판매가는 20만원. 대기업 제품의 4분의 1 가격으로 던진 승부수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에 100개씩 팔려나갔다. 인건비를 아끼려 택배 포장, 고객 응대를 혼자 도맡았다. 끼니는 시리얼로 때웠다.

양 대표는 LED 마스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시장이 지속할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가전제품으로 사업 방향을 정하고 소형 가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1인 가구가 1000만 명에 달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봐서다. 2019년 요리 가전 ‘키첸’, 2020년 로봇청소기 ‘클리엔’, 음식물처리기 ‘웰싱’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앳홈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미니 건조기 ‘미닉스’의 공이 컸다. 미닉스는 출시 1년5개월 만에 6만 대 넘게 팔리며 대기업·중견기업 제품을 제치고 미니 건조기 시장 누적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

이 회사 매출은 창업 첫해 62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140억원, 2020년 207억원을 거쳐 지난해 47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500억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