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로레알-호텔신라 합작품…亞럭셔리 브랜드로 키운다
세계 최대 화장품업체 로레알그룹과 세계 1위 화장품·향수 면세사업자 호텔신라의 합작 브랜드가 베일을 벗었다. 쌀, 인삼 등 국내 원료를 활용한 자연주의 화장품 '시효'다.

전 세계 150국에 진출한 로레알이 합작법인을 통해 만든 첫 브랜드이자, 24절기라는 동양적 콘셉트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실험적인 요소가 많다는 평가다. 올해 국내 출시 후 내년엔 중국 시장에 진입해 '아시아 럭셔리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쌀·인삼 등 국내 원료 활용

로레알그룹은 호텔신라,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와 3사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로시안을 통해 시효를 론칭한다고 21일 밝혔다.

시효는 '시간의 지혜'라는 의미로, 동양의 24절기에서 영감을 받아 각 계절의 적기에 수확된 24가지 자연 원료를 담고 있다는 게 로레알의 설명이다. 시릴 샤푸이 로레알그룹 럭스부문 사장은 “시효는 동양의 지혜와 자연에서 얻은 영감에 뿌리를 둔 '아시아 럭셔리 뷰티 브랜드'"라며 "과학적 연구에 기반해 '시효24'라는 성분을 특허받았다"고 소개했다.

특히 시효는 국내 농가에서 공수한 제철 원료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제품에는 쌀뜨물과 인삼수를 24가지 자연 원료와 배합해 만든 '시효24' 성분이 들어간다. 24개 앰플을 비롯해 클렌저, 에센스, 크림 등의 스킨케어 라인과 샴푸, 컨디셔너 등의 헤어케어 라인이 있다.

1909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로레알은 랑콤, 키엘, 비오템, 로레알파리, 메이블린뉴욕 등 3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국내 색조 화장품 브랜드 '3CE'를 600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로레알그룹의 매출은 322억 유로(44조8900억원)에 이른다.

PEF와 합작 투자 '주목'

시효는 론칭 전부터 화장품 업계에서 사업 모델과 브랜드 콘셉트 등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최대 글로벌 업체와 면세 사업자, 거기에 PEF 운용사가 합작 투자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이례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시효 브랜드를 운영하는 로시안에서 사업을 주도하는 곳은 로레알이다. 여기에 면세 유통 채널을 가진 호텔신라가 지분 30%(6월 말 기준)를 태웠고, 유통산업 투자에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앵커PE가 합세했다.

관련 업계에선 로레알과 호텔신라가 앵커PE의 손을 잡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앵커PE는 골드만삭스에서 유선방송사 씨앤앰을 원금의 6배 가량의 차익으로 인수합병(M&A)한 것으로 유명한 안상균 대표가 2012년 설립한 운용사다. 주로 해외에서 펀딩을 받았으며 홍콩계 PE로 분류된다.

앵커PE는 CJ그룹으로부터 투썸플레이스를 인수한 후 올초 칼라일그룹에 매각했고, 간편식(HMR) 1위 업체인 프레시지 인수, 컬리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투자 등 유통·식품 분야 포트폴리오가 많은 PE 중 한 곳이다.

시효는 수 개월 내에 서울 신라호텔에서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가든’을 오픈할 계획이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 진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앵커PE가 2500억원을 투자한 컬리에 시효가 입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관련 업계에서 제기된다.

내년 중국 진출 등 아시아 본격 공략

로레알은 시효를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시장, 나아가 아시아권에 확대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엔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호텔신라와의 시너지 효과도 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신라는 아시아 3대 국제공항 면세점인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제1~4여객터미널,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점까지 진출해 있다. 3개 공항의 연간 이용객은 2억명 이상이다.

한인규 호텔신라 운영총괄 사장은 “호텔신라만의 리테일 전문성과 로레알의 강력한 브랜드 구축 역량을 바탕으로 시효가 아시아에서 자연주의 럭셔리 뷰티에 대한 욕구를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