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후 급격하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려면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수입 확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건강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부과 대상을 늘리는 방안은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고, 국고 지원 확대는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건강보험 수입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와 정부, 건강증진기금 지원금으로 구성된다. 보험료율은 직장가입자를 기준으로 내년 7.09%다. 회사와 근로자가 반씩 내는 점을 감안하면 월급의 3.545%가 직장인이 내는 보험료다.

보건복지부는 건보 지출 확대에 따라 보험료율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무한정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보험료율 상한이 8%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현재 지출 구조가 유지되면 2026년께 보험료율이 8%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료율을 8% 이상으로 올리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적인 반대가 커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국회에선 보험료 상한 인상보다 정부 지원금을 늘리는 게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선 현재 건보료 수입의 14%까지인 국고지원 상한을 17%로 높이자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방안이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통한 ‘무임승차’ 방지다.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는 기준을 낮춰 더 많은 사람에게 보험료를 걷는 방안이다.

정부는 2018년 1단계 개편을 통해 이 같은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건보공단의 ‘2022년 상반기 건강·장기요양보험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피부양자는 2016년 2330만7000명에서 올해 6월 1796만5000명으로 11.6% 줄었다. 직장가입자의 1인당 피부양자 비율을 뜻하는 부양률은 1.24명에서 0.92명으로 낮아졌다.

지난 9월부터 적용된 2단계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서도 상당수의 피부양자가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하지만 소득이 없어 건보료 납입이 어려운데도 재산 기준 때문에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은퇴 노인들이 반발할 수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