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살아남기 위해 스타트업 발굴…사업 시너지 앞세워 공략해야"
“대기업은 단순히 상생을 앞세워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스타트업을 발굴합니다. 이런 대기업의 생리를 잘 파악한 스타트업에 기회가 더 생기죠.”

17일 제주 피커스에 열린 스타트업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대상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인 ‘긱스 쇼업’에서 국내 주요 CVC 관계자들이 조언한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전략이다. 한국경제신문의 스타트업 전문 브랜드 긱스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신성우 현대자동차 CVC팀 상무, 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 조상우 풀무원기술원 부사장 등은 자사 CVC 전략과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력 방안 등을 제시했다.

신 상무는 “자동차산업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하며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로 불릴 정도로 발전했다”며 “이런 급격한 변화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동차 제작 업체들은 스타트업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H스타트업(사내 스타트업 육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외 스타트업을 발굴해 협력하고 있다. 신 상무는 “보통 벤처캐피털(VC)의 좋은 투자는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이지만 CVC는 추가로 모회사 사업에 도움이 되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GS건설의 CVC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의 이 대표는 “필름 카메라 시장의 지배자였던 코닥처럼 몰락하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대기업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엑스플로는 GS건설이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을 위해 올해 5월 설립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은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존속할 수 있겠느냐는 공포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며 “스타트업은 ‘대기업도 우리가 없으면 힘들구나’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에서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일하는 방식부터 주파수가 달라 공명하기 어렵다”며 “서로의 특성을 먼저 파악해 협력이 쉬운 곳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고, 소통을 돕는 조직이나 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유망 스타트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최근 푸드테크(음식 기술) 발전으로 글로벌 식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풀무원은 미국 세포배양 해산물 제조 스타트업 블루날루에 투자하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기술력이 있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이 회사 성장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풀무원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첨단 기술로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동물 복지를 고려한 계란 생산, 선진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시스템 구축, 식물 기반 육류식품 제조 등이 풀무원의 주요 사업이다. 관련 사업에서 협업할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제주=김주완/김종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