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헬스케어와 모빌리티, 메타버스를 ‘북미 3대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관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현지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한 업체와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사업 관련 시장 규모가 72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외부와의 협업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사진)이 2020년 최고전략책임자(CSO) 시절부터 준비한 ‘미래 먹거리 발굴’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전만으론 한계"…LG전자, 북미 3대 신사업 'H·M·M' 찍었다

북미이노베이션센터, 3대 신사업 선정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북미 지역에서 키울 신사업으로 △커넥티드 헬스(연결성을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건강관리를 해주는 사업) △e모빌리티 인프라(전기차, 전기 킥보드 등과 관련한 인프라) △메타버스(사회·경제 활동이 가능한 온라인 시장) 등 3개 분야를 선정했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NOVA)가 주요 미래 사업을 꼽아 추천했고, 조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3개 분야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가전만으론 한계"…LG전자, 북미 3대 신사업 'H·M·M' 찍었다
NOVA는 조 사장이 2020년 CSO 시절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조직으로, 신사업 발굴 및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한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역할도 맡고 있다. 백악관 혁신위원으로 일했던 사물인터넷(IoT) 전문가 이석우 센터장(전무)이 이끌고 있다.

3대 신사업 선정엔 “10~20년 뒤 회사를 먹여 살릴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LG전자 경영진의 고민이 반영됐다. 현재 LG전자의 ‘양 날개’는 가전과 TV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자동차 전장, 배터리 등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10~20년 뒤 먹거리다. ‘제품을 잘 만드는 회사’에 안주하지 말고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원격의료, 유전체, 두뇌 트레이닝 관심

LG전자는 북미 지역 3대 신사업을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키워갈 방침이다. 현지 스타트업과 분야별 기술 및 노하우를 주고받으며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딜로이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대 신사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5300억달러(약 723조원)다. e모빌리티 2300억달러, 커넥티드 헬스 1780억달러,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범 메타버스가 1220억달러다.

첫걸음으로 3대 신사업 분야에서 9개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지분 투자를 준비 중이다. 초기 투자 규모는 2000만달러(약 264억원)로 계획 중이다. 예컨대 커넥티드 헬스와 관련해선 가상현실 공간에서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XRHealth’, 센서 기반으로 의사의 원격 진단을 돕는 ‘Mindset Medical’, 유전체 연구를 통해 맞춤형 식습관 가이드 등을 제공하는 ‘Digbi Health’와 ‘LifeNome’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e모빌리티 스타트업 중에선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하는 ‘SparkCharge’와 ‘Driivz’, 블록체인 기반 전력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I-EMS’가 투자 대상에 올랐다. 메타버스에선 가상현실 두뇌 트레이닝, 3D 작업공간 기술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LG전자와 협업한다.

“협업할 스타트업 추가로 찾는다”

LG전자는 그동안 쌓아온 개발·생산·유통 노하우와 스타트업 신기술을 활용해 북미에서 사업을 크게 키울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스타트업에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작업도 시행에 옮길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신사업 육성을 위해 추가로 스타트업을 선정해 투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LG전자가 북미 지역을 신사업 확장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물적·인적 투자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촘촘한 한국과 달리 북미 지역은 원격 의료 등의 분야에서 자유로운 시도가 가능하다”며 “북미에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은/배성수/황정수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