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 SKC, 현대중공업,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이 사업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거나 당초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줄이는 사례가 속출하는 모양새다.

사업 구조조정 나선 기업들…"금융위기 수준 위협"
13일 업계에 따르면 OCI는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진공단열재(VIP) 사업 철수’ 안건을 처리했다. 자체 브랜드 ‘에너백’을 내걸고 진행했던 진공단열재 사업을 모두 접는다는 게 골자다. 업계에서는 OCI가 태양광과 화학 사업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단열재는 기존 제품보다 단열 성능이 8배 이상 뛰어나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단열재 수요가 줄면서 작년과 올 상반기 매출이 각각 121억원과 47억원에 그쳤다.

SKC는 부실이 깊어진 자회사 SK텔레시스에 ‘메스’를 댔다. SKC는 공시를 통해 100% 자회사인 SKC솔믹스가 내년 2월 1일 SK텔레시스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SKC가 100% 지분(의결권 지분 기준)을 보유한 두 회사는 반도체 소재 사업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사업 주체를 하나로 통일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부실 계열사인 SK텔레시스를 없애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SK텔레시스의 지난 9월 말 기준 부채 비율은 916%에 달한다. 결손금도 1029억원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한화솔루션도 비주력 사업의 지분 일부를 팔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자회사 에이치에이엠홀딩스와 물적 분할을 통해 설립하는 한화첨단소재 지분 각각 47.24%를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크레딧에 6800억원을 받고 매각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투자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은 9일 회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한 ‘2022년 3분기 경영설명회’에서 “회사의 채권 조달금리가 연 10%대로 치솟을 수 있다”며 “꼭 필요한 것은 투자하겠지만 아닌 것은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의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시설투자 종료 시점을 뒤로 미룬다. 종전 2023년 12월 31일에서 2024년 4월 30일로 투자 시점을 연장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대외환경 흐름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선 기업들이 체감하는 우리 경제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52.7%가 현 경제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관해서는 79.4%가 2.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으로는 53.9%가 ‘2024년’, 24.0%가 ‘2025년 이후’를 꼽았다.

김익환/김일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