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둔화 소식에 국제 유가 4일 만에 반등 [오늘의 유가 동향]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서 유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64센트(0.75%) 오른 배럴당 86.4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데다 달러화 강세가 영향을 미쳤다.

최근 유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원유 재고가 예상과 달리 증가하면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4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390만 배럴 늘어난 4억4080만 배럴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20만 배럴 감소와 달리 깜짝 증가한 것이다.
인플레 둔화 소식에 국제 유가 4일 만에 반등 [오늘의 유가 동향]
하지만 미국 노동부가 10월 CPI 상승률을 발표하면서 유가의 방향을 틀었다. 10월 CPI는 전년 대비 7.7%를 기록해 9월 8.2%에서 0.5%포인트 하락했다. 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7.9%보다도 밑도는 수치다.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4%로 예상치인 0.6%보다 낮았다. 위험자산이 오른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통상 유가는 주가가 오르는 등 위험자산이 강세를 보이면 오름세를 보인다. 다만 최대 원유 수요국인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를 풀지 않고 있는 점은 변수로 남아있다.

한편,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6.3% 상승했다. 전달 6.6%보다 낮았고, 시장이 예상한 6.5%보다도 밑돌았다. 근원 CPI 전월 대비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 올랐다. 예상치인 0.5%였다.

뉴욕 증시는 2020년 이후 2년 반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10일(현지시간) 다우 지수는 전장 대비 1201.43포인트(3.70%) 뛰어 3만3715.37을 기록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은 207.80포인트(5.54%) 급등해 3956.37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760.97포인트(7.35%) 날아 1만1114.15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S&P500에선 기술(8.33%) 재량소비재(7.7%), 부동산(7.75%)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0.2% 폭등했다.

메리 데일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리 로간 댈러스 연은 총재는 이날 CPI에 대해 환영받을 만한 일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시의 랠리가 과하다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날 하루 랠리가 과도하다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자크 힐 호라이즌 투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매우 열광하고 있지만 단 하나의 통계에 좀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