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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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테슬라의 미국 평균 판매가는 6만8634달러다. 이 지역에서 테슬라보다 차를 비싸게 파는 회사는 메르세데스벤츠(6만9189달러), BMW(6만9488달러) 등 두 곳뿐이다. 고성능 프리미엄 브랜드 명맥을 지키고 있지만 언제 역전될지 모를 만큼 가격 차이가 없다. 나머지 브랜드는 테슬라보다 1만~3만달러가량 저렴하게 차를 팔고 있다.

차량 가격은 자동차 회사의 수익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테슬라가 지난 3분기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순이익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도 평균 판매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를 많이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시대는 끝났다”며 “차량 가치를 높이고 생산비용을 줄이지 않는 자동차 회사에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세계 1위보다 순이익 많은 테슬라

모델 단순화·첨단 SW의 힘…테슬라 순익, 8배 더 판 도요타 추월
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3분기 순이익 4조4046억원(분기 평균 환율 적용)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도요타(4조2030억원)를 눌렀다. 프리미엄 내연기관 브랜드인 BMW(4조2799억원)는 물론 폭스바겐(2조8752억원), 현대자동차(2조7717억원·충당금 미포함) 등 굴지의 완성차 업체까지 앞서는 모습이다.

테슬라는 핵심 수익지표인 영업이익에서도 굴지의 업체를 바짝 뒤쫓고 있다. 도요타와는 5000억원가량으로 차이를 좁혔다. 지난해만 해도 테슬라 영업이익은 도요타의 5분의 1에 그쳤다.

순이익이 예상보다 빨리 역전된 것은 도요타의 단기 악재 때문이다. 이 회사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러시아 사업 철수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는 원재료 급등분에 대해 부품기업 몫까지 대신 부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판매 대수를 감안하면 일회성 요인만 탓하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3분기 테슬라는 34만 대를 판매한 데 비해 도요타는 일곱 배 이상 많은 262만 대를 팔았다. 그런데도 순이익이 역전된 것은 차 한 대당 수익성 차이 때문이라는 게 이 신문의 지적이다.

차 한 대당 영업이익을 보면 테슬라는 1454만원으로 도요타(207만원)의 일곱 배, 현대차(285만원)의 다섯 배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테슬라가 한 대를 판매할 때 도요타는 일곱 대, 현대차는 다섯 대를 더 팔아야 수익 규모가 비슷해진다는 얘기다.

자동차 비즈니스 모델 바꿔야

전기차 전문 기업인 테슬라와 전통의 완성차 업체의 경영 전략이 완전히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요타, 현대차 등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부터 마진이 높은 고급 차까지 모두 생산·판매하는 데 비해 테슬라는 모델Y와 모델3 비중이 90%를 넘는다. 고가의 소품종에 집중한 덕분에 수익성이 높다는 얘기다.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원재료 상승분을 반영해 가격 인상에 적극 나섰다.

소프트웨어 사업도 가장 먼저 준비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가격은 1만5000달러에 이른다. SBI증권은 테슬라의 이익 성장을 두고 “차량 판매가 늘어난 것은 물론 지속적인 가격 인상, 소프트웨어 판매 증가가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대형 주조기로 한 번에 찍어내는 기가프레스 제조,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생산·판매비를 줄인 점도 긍정적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테슬라 사례를 참고해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모든 신차에 무선 업데이트 기능을 적용하는 등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바꾸기로 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