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커틀러 대표 "패션·뷰티 트렌드 이끄는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
2015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그레그 슈워츠, 댄 길버트, 조시 루버라는 3명의 청년이 나이키 한정판 신발을 매매할 수 있는 리셀(되팔기) 플랫폼 스탁엑스를 선보였을 때 아무도 이 플랫폼이 패션·명품 시장을 뒤흔들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스탁엑스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해 전 세계 스포츠 시장 1위 브랜드 나이키도 두려워하는 세계 1위 리셀 플랫폼이 됐다.

이런 스탁엑스의 스콧 커틀러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최근 한국을 찾아 7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한국은 패션의 트렌드 변화가 너무나 빨라 매력적”이라며 “굉장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커틀러 CEO는 뉴욕증권거래소 부사장, 이베이 수석부사장을 거쳐 2019년 스탁엑스에 합류했다. 그 역시 신발 마니아이자 스탁엑스의 회원이었다.

스탁엑스는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시에 감정센터를 설치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스탁엑스는 스니커즈와 스트리트 패션을 주로 다루는데, 이 분야에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지요. 한국에서 스탁엑스가 잘 어필할 것으로 봅니다.”

함께 방한한 공동창업자 그레그 슈워츠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최근에 패션 브랜드들이 로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서 개별적으로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한국은 수많은 상품이 교환되는 중심지로서 의미가 크다”고 거들었다.

리셀 플랫폼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급격히 성장했다. 커틀러 CEO는 인기의 이유로 기존 유통업체가 줄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점을 들었다. 그는 “나이키 신발은 한 번 동나면 다른 곳에서는 구매할 수 없지만, 스탁엑스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다”며 “나이키 조던 한정판이 한국에서 출시되면 이 제품을 런던과 두바이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게 스탁엑스의 힘”이라고 말했다.

커틀러 CEO는 “한국 시장만의 차별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 여성 소비자들이 스니커즈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답했다. “전체 소비자의 3분의 1이 여성일 정도인데, 이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리셀을 잘할 수 있는 팁에 관해 묻자 커틀러 CEO는 “최근 호카, 아식스, 스투시, 뉴발란스, 크록스 등의 브랜드 검색 순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연예인이 착용한 핸드백과 신발을 공략하는 게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스탁엑스는 최근 ‘짝퉁’을 팔았다는 이유로 나이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나이키를 비롯해 샤넬과 루이비통 등 대부분 패션 브랜드들은 개인 간 리셀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커틀러 CEO는 “그들이 아무리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싶다고 해도 시·공간적인 한계를 넘을 수는 없다”며 “이런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스탁엑스뿐”이라고 강조했다.

스탁엑스는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받으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중시하고 있다. 슈워츠 COO는 “2015년에 감정을 사업 모델에 도입하면서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며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이용해 짝퉁을 감별하는 능력을 키워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