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실업급여 상습 수령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과도한 실업급여 탓에 중도 퇴사자가 늘고, 구직 의사만 표시한 뒤 실제론 작업 현장에 오지 않는 ‘출근 노쇼’ 현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자옥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근무 일수 기준 6개월간(180일 이상)만 일하고 4개월간 쉬면서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고, 또 6개월 일하고 4개월 쉬길 반복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며 “실업급여 제도가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직급여는 180일 이상 근무한 뒤 비자발적으로 퇴사하면 실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를 받을 수 있다. 구직급여 혜택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0월 제도 개편을 통해 대폭 강화됐다. 지급 수준이 기존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아졌고 구직급여 기간도 기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었다.

문제는 일하지 않고도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보장받으면서 구직자들이 취업보다 실업 상태를 더 선호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한 달간 구직급여는 최저 182만8850원으로 4대 보험료와 소득세를 제외한 실질 월 최저임금인 172만8440원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 현장에선 신규 채용 후 6개월이 지나 숙련될 만하면 실업급여를 타겠다며 해고해달라는 직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진 퇴사하면 실업급여 수급자격 인정을 못 받기에 ‘권고사직’으로 입을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실업급여 지급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계속 결근하거나 일을 최대한 태만하게 해서 사장의 퇴사 권고를 유도하기도 한다”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구직활동의 일환으로 이력서를 낸 뒤 취업 당일 출근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현 제도에선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받더라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정부의 혈세 투입도 늘고 있다. 정부의 연간 구직급여 지출액은 지난해 12조62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