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 BNK회장 돌연 사퇴…금융사 '인사 외풍' 세지나
국내 최대 지방금융그룹인 BNK금융의 김지완 회장(76·사진)이 임기를 5개월 남기고 물러난다. 김 회장은 아들이 다니는 회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김 회장의 중도 사퇴로 관료 출신 인사가 잇달아 낙점된 금융권 민간 협회장에 이어 금융회사 인사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세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농협금융 기업은행 등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끝나는 금융사의 후임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압박에…금감원 조사까지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BNK금융 사외이사들에게 다음주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부국증권과 현대증권 사장을 지낸 김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경제고문을 지냈다. 2017년 BNK금융 회장에 취임해 2020년 3월 연임했다. BNK금융은 회장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해 김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퇴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이어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이어지자 사임을 택했다. 윤한홍·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김 회장 아들이 다니는 한양증권이 BNK금융 계열사 발행 채권 인수단에 선정돼 채권을 대량으로 인수했다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 1000억원이었던 한양증권의 BNK금융 계열사 채권 인수 물량은 김 회장 아들이 한양증권 대체투자업센터장으로 이직한 2020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1조19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18일부터 BNK금융과 BNK캐피탈, BNK자산운용에 대해 현장검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BNK그룹이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김 회장이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외부인사 선임 가능성도

김지완 BNK회장 돌연 사퇴…금융사 '인사 외풍' 세지나
BNK금융은 4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논의를 시작한다. BNK금융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규정’에 따르면 차기 회장은 △지주 사내이사 △지주 업무집행책임자(사장 이상) △자회사 대표 중에서만 선임할 수 있다.

BNK금융에 사장급 임원이 없다는 점에서 지주 비상임이사이자 자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안감찬 부산은행장(59)과 이두호 BNK캐피탈 사장(65)이 차기 회장으로 거론된다. 안 행장과 이 사장은 김 회장과 각각 부산대, 부산상고 동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외부인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BNK금융에는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을 저해할 경우 퇴임 임원 등 외부인사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하는 예외 규정이 있어서다. 외부인사 제한이 다른 금융사에 없는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있어 이사회가 규정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외부인사 중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린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78)을 비롯해 경남은행장을 지낸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68)과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62),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62),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김규옥 수협중앙회 감사위원회 위원장(61)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부산은행 노조는 외부인사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마련한 규정이 지켜져야 한다”며 “지역경제를 잘 아는 내부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게 지역민의 목소리”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도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 금융사 인사에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하는 행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