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맞은 현대重, 세대교체 인사 단행
현대중공업그룹이 ‘오너 3세’인 정기선 사장 취임 후 첫 번째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을 이끌던 네 명의 부회장 중 두 명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등 전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사장단 내정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이동욱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현대제뉴인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현대제뉴인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를 거느린 그룹의 건설기계 중간 지주사다. 최철곤 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건설기계 기술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이 사장은 기존 조영철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기술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큰 폭의 인사가 이뤄졌다”며 “이 사장은 건설기계 사업을 세계 톱5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개발 총괄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연 현대제뉴인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자문역을 맡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출신인 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그룹이 회사를 인수한 후에도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세대교체 차원에서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서로 자리를 맞바꿨다. 김형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현대미포조선의 대표를 맡는다.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자리는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사장에게 돌아갔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가 서로 자리를 옮긴 것은 양사의 장점을 강화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는 기회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밑에 현대중공업(초대형 선박)과 현대삼호중공업(대형 선박), 현대미포조선(중형 선박)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다. 중형과 대형 선박 제조를 대표이사들이 두루 경험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인사라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사장단 인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도 일선에서 물러나 자문역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주영민 사장 단독 체제로 회사를 운영한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 손동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등 네 명 중 두 명이 1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룹을 이끄는 조선과 에너지, 건설기계 등 3개 부문 중 각각 에너지와 건설기계를 이끌던 두 명의 부회장이 물러난 것이다.

업계에선 정기선 사장이 지난 3월부터 지주사인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를 이끌게 된 후 시행한 첫 사장단 인사에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조선과 에너지, 건설기계 등 그룹의 3대 축은 견고하게 유지될 예정”이라며 “이번 인사는 그룹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른 시일 내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사장단 인사에 이은 후속 임원인사도 단행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