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가전매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가전매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프리미엄 TV 가격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등 경기침체 여파로 제품 수요가 얼어붙자 국내외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연말은 전통적인 성수기지만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업계 고심이 커지고 있다.
○출시 6개월 만에 가격 ‘뚝’
뚝뚝 떨어지는 TV 가격…전자업계 '고심'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지난 10월 미국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의 프리미엄 TV 모델별 판매가격(65형 기준)을 조사한 결과 6개월 전 대비 평균 800달러(약 115만원)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TV 판매가 줄어들자 제품 가격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싼 TV일수록 가격 하락 폭이 컸다는 게 유비리서치의 설명이다. 4월 5000달러로 출시됐던 삼성전자의 QLED TV(모델명 QN90B) 가격은 10월 3800달러로 떨어졌다. 이 기간 LG전자의 올레드TV(모델명 G2)는 3200달러에서 2200달러로 감소했다.

프리미엄 TV가 출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가격이 하락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TV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그간 업체들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맡았다”면서도 “최근엔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로 일컬어지는 ‘3고(高)’ 현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가격 할인 외에는 뾰족한 판매 촉진 유인이 없어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당분간 가격 하락 추세 지속
국내 가전업체들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물류비 인상 등 원가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TV 가격은 떨어뜨려야 하는 상황에 몰려서다. 오는 21일 카타르 월드컵과 25일 미국 최대 소비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예정돼 있다.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지만, 이익 폭은 예전만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TV 출하량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블랙프라이데이를 한 달여 앞두고 북미 시장을 겨냥해 TV를 비롯한 주요 가전제품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TV 시장 불황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시름을 더하는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2억200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의 출하량이다. 내년에도 TV 시장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업체는 내년 글로벌 TV 출하량은 올해 전망치보다 0.7% 줄어든 2억100만 대일 것으로 내다봤다.
○“프리미엄 전략 통해 수익 개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사업부는 수익성 확보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600억원)보다 67% 떨어진 수치다. LG전자의 경우 홈 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에서 5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더 나빴다. 작년 3분기 2059억원에서 같은 분기 기준 적자 전환했다. HE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에도 1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양사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그나마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영무 삼성전자 VD사업부 상무는 “프리미엄 판매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나가는 한편 특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판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정희 LG전자 HE 경영관리담당은 “출하량을 조정해 유통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선도적인 LG전자의 제품 기술력을 앞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