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의 파트너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온과는 투자 여건 문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는 물량 문제로 협의가 겉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월부터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각각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과 관련해 협의 중이다. SK온과는 조지아주에 연 40GWh 규모로 지을 신공장의 투자 방식과 지분율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투자 예상 금액은 약 3조~4조원이다. 그동안 협상 쟁점이었던 지분율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투자 여건 악화와 낮은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문제로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SK온은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상이 연내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공장 논의도 진전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든 인력이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의 북미 합작법인 신설에 투입된 터라 여력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도요타와 르노도 배터리를 공급받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협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배터리업체들에 미국에서 연도별로 배터리 물량이 얼마만큼 필요한지 아직 통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합작공장 신설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데 있다. 배터리업체와 합작공장 규모 및 투자 방안 등을 협의하는 데 1년 정도 걸리는데, 부지 선정에만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해당 부지의 전력 용수 등 기반 시설이 배터리 생산에 적합한지, 기존 공장과의 거리는 어떤지 등 다양한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 착공부터 가동까지 2년6개월 등 총 4년이 필요하다. 배터리업체와의 합작공장 논의를 신속하게 끝내야 3년가량으로 단축할 수 있다.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은 연 30만 대가량 생산할 수 있는데, 이 규모를 충족하려면 최소 연 30GWh 규모 공장이 필요하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