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신임 회장이 취임에 앞선 메시지로 인재와 기술 경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뉴삼성' 비전도 한층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세상을 바꿀 인재 모셔오자"…이재용의 '인재·기술' 중시 경영
이 회장은 지난 25일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1957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공채를 도입하고, 1933년에는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했다.

1995년에는 입사 자격 요건에서 학력과 성별, 나이, 연고 등을 제외하는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

이 같은 '인재 경영' 철학을 계승한 이재용 회장 역시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

2020년 8월 워킹맘과의 간담회에서는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며 "잘못된 것, 미흡한 것, 부족한 것을 과감히 고치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조직문화 혁신 의지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를 통한 조기 승진 기회와 과감한 발탁 승진 확대 ▲ 평가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새로운 인사제도 개편은 이재용 회장이 이끄는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석학인 승현준(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를 삼성전자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핵심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상을 바꿀 인재 모셔오자"…이재용의 '인재·기술' 중시 경영
올해 8·15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되며 본격적으로 경영을 재개한 이후 화성사업장에서 반도체 부문 직원을 만난 데 이어 MZ 세대, 워킹맘 직원들과도 잇따라 간담회를 하는 등 임직원과 스킨십도 늘리고 있다.

작년 미국 출장 중에는 구글,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육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력' 확보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8월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 기공식에서는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앞서 6월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에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달 17일에는 '2020년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 참석해 기술 중시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앞서 2009년 당시 전무 시절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캘거리 대회장을 방문해 경기장을 둘러보고 선수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재용 당시 전무는 "제조업의 힘은 역시 현장"이라며 "기술 인력 후원은 회사가 잘 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이 모두 잘살도록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 세대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사회에 나올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상을 바꿀 인재 모셔오자"…이재용의 '인재·기술' 중시 경영
이 회장은 2009년 이후에도 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2010년 부사장 시절에는 국내 공업고등학교 교장단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 초청해 기술 인력 육성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고, 2011년 사장 시절에는 런던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한 삼성 선수단을 KBS 홀에서 열린 삼성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 공연에 초청해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격려했다.

삼성전자는 2006년 12월 노동부와 '기능장려협약'을 맺고 전국기능경기대회와 국가대표 훈련을 후원하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이 2006년 일본의 한 기업을 방문했을 당시 핵심 부품 공정에서 일하는 숙련 인력 다수가 국제기능올림픽과 일본 내 기능대회 수상자 출신이라는 얘기를 들은 게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이 상무는 사내에 각종 기능대회 입상자 명단과 상패를 전시해놓은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출장에서 돌아와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나라이고, 삼성도 제조업을 통해 성장한 회사이나 기술 인력의 육성과 사회적인 관심은 약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삼성이 앞장서서 우수 기술 인력이 우대받고 존경받는 문화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