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락…비축량 필사적으로 늘린 영향 [원자재 포커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26일(현지시간) 메가와트시(MWh)당 104.3유로 수준으로 급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이었던 2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시장에선 예상보다 양호한 천연가스 비축량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천연가스 10월 23일 기준 비축량은 저장능력의 97.53% 수준으로 11월 1일 목표(95%)선을 이미 넘어섰다. 11월 초에는 100%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게다가 현재까지는 이례적인 고온으로 난방 수요가 많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현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십 척이 유럽 각국 항구에 몰려 하역할 곳을 찾지 못하고 줄줄이 대기해야 할 정도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락…비축량 필사적으로 늘린 영향 [원자재 포커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면 난방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천연가스 도매가격이 내려도 소매가에 실제 반영되기까지는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다. 블룸버그는 LNG 수출입 설비가 새롭게 갖춰지고 세계 공급망의 경색이 완화되기 전까지 가스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의 카차 야피마바 선임 연구원은 "기온이 떨어지고 (천연가스) 비축량이 줄어들면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일어나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와 달리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하향 안정 추세는 유럽 경제 및 금융시장,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긍정적 신호”라며 “더욱이 물가 압력도 빠르게 둔화할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 추이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해상경계 획정 합의를 하루 앞두고 동지중해 분쟁 수역에 있는 카리시 가스전에서 가스 생산을 시작했다. 이번 가스전 개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한 천연가스 가격에고전하던 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대체 공급망이 생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리시 가스전의 대행 개발업체인 영국 에너지안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동지중해 카리시 가스전에서 가스생산을 시작했다"며 "카리시 메인-02 가스전에서 가스 생산이 시작됐고 메인-01, 메인-03 가스전의 생산도 2~4주 이후 시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마티오스 리가스 에너지안 최고경영자(CEO)는 "가스 시장에서 이스라엘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중해 동쪽 지역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며, 석탄발전을 대체할 청정에너지를 공급하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 에너지부는 전날 카리시 가스전 내 생산 개시를 허가하면서 이날 시추가 시작됐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