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플래시라이트캐피털매니지먼트(FCP)가 KT&G의 100% 자회사 한국인삼공사를 분리 상장하는 방안을 KT&G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 운용사는 인삼공사 인적분할을 포함한 다섯 가지 요구를 담은 주주제안서를 26일 공개했다.

FCP는 KT&G 이사회에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 △인삼공사 분할 후 분리 상장 △2조원가량의 비핵심사업 정리 △주주환원 정책 확대 △행동으로 보여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이번 기회에 KT&G의 지배구조를 정비해 세계 5대 담배회사라는 위상에 걸맞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주가는 현재의 두 배, 향후 다섯 배까지도 오를 수 있다”며 “주주 가치 변화를 위해 다른 KT&G 주주들과도 권리행사 등 다양한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종가(9만2800원) 기준 KT&G의 시가총액은 12조7407억원이다. FCP의 KT&G 지분율은 3% 미만에 불과하지만, KT&G 2대 주주(6월 말 기준 지분율 7.12%)인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협업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맞붙을 핵심 이슈는 인삼공사의 인적분할안이다. FCP는 “건강식품인 인삼이 담배회사 자회사로 있다는 것 자체가 ESG 경영과 모순된다”며 “인삼을 뉴질랜드의 마누카꿀처럼 글로벌 슈퍼푸드로 키운다면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네 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FCP는 인삼공사 인적분할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KT&G는 2002년 민영화된 회사로 일반 소액주주 비중이 65.3%에 달한다. 1대, 3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의 지분율은 각각 7.55%, 6.93%다. 이 대표는 “인삼공사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투명한 지배구조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FCP의 주주제안에 대해 KT&G는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동휘/한경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