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이노베이션은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줄이는 친환경 신소재 업체다. 해조류를 이용해 대체재를 생산하는 독특한 기술을 갖고 있다. 시장 잠재력은 상당하다는 평가였으나 막상 유통 과정에선 잘 팔리지 않았다.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가리비 모양의 친환경 생분해 접시 등 기업 고유의 제품 디자인을 개발한 뒤로 매출이 2배 넘게 뛰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엔 프랑스 업체와 200만유로(약 3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신상품 디자인 전방위 지원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자인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평균 디자인 투자액은 약 16억원 수준으로, 디자이너를 19명 내외로 보유한 곳이 일반적이다. 다만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평균 디자인 투자액이 6500만원, 디자이너 수는 1명으로 차이가 컸다. 디자인 혁신 유망기업 육성사업은 신제품 개발을 희망하는 제조·서비스 기업 중 디자인 개발 지원이 필요한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매년 60개사 내외를 선정해 3년간 단계별 지원을 한다.
지원은 4가지로 진행된다. 디자인 경영역량 진단이 첫 단계다.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상품 콘셉트를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상품 디자인 개발, 글로벌 마케팅, 홍보 지원 등이 이뤄진다. 시제품 제작 지원, 비즈니스 상담회 참가 등이 이 과정에서 이뤄진다. 과정 간 기업별 지원액은 약 1억원 상당이다. 지난해까지 참여 기업들의 전체 매출액은 12~17% 상당 증가했으며 참여 기업들의 디자인 인력 수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이너 인건비 직접 댄다

제조기업의 디자인 인건비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제조기업 디자인인력지원 사업은 업체 측 디자이너 인건비의 50%를 지원한다. 기업에는 디자인을 활용하도록 돕고, 디자이너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초·중·특급 등 6개 구간에 따라 최대 월 288만원 상당의 급여가 제공된다.

인천에 있는 디지털 도어록 업체 에버넷은 이 사업을 통해 기존에 없던 내부 디자이너를 2명 고용해 브랜딩부터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디자인 성과를 이뤘다. 기존에 팔던 제품군에 디자인이 가미되자 매출은 2배 이상 뛰었다. 직원 수 30명의 주행안전시스템 개발 업체 뉴이스트원테크는 제품과 시각을 아우르는 디자인 부서를 설립할 수 있었다.

○멘토 기업 협력으로 동반 성장

스타일테크 영역에선 아모레퍼시픽·무신사파트너스 등 ‘멘토 기업’이 성장을 이끌기도 한다. 스타일테크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 등 4차산업 기술, 디자인이 패션·뷰티 서비스와 융합된 분야다.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성장지원 프로그램은 매년 20개사를 선정해 기업당 최대 5000만원 상당의 혜택을 준다. 멘토링뿐만 아니라 프로토타입 제작비, 공유오피스 제공, 데모데이 참가 기회 등이 제공된다.

특징은 협력 기업의 지원이다. 쇼트 클립 기반 패션 커머스 플랫폼 클로넷코퍼레이션은 해당 사업으로 이렌드리테일 제품을 라이브 영상으로 송출했다. ‘나만의 화장대’ 운영사 메이크미업은 프로그램에서 사업을 고도화한 뒤 선도 스타트업인 레페리에 인수되기도 했다. FNS홀딩스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브랜드인 펜디와 협력 기회를 가졌다. 사업 총괄 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업계 선두 기업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함께 선정하고 협업 기회를 마련했다는 데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 2022’와 핀란드에서 열리는 국제 스타트업 콘퍼런스 ‘SLUSH’에서 사례 발표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