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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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50조원+α’ 규모의 긴급 자금지원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지급 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 25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어느 정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지만, 윤석열 정부 경제팀의 정책 조율 기능이 지난 한 달간 작동하지 않은 데 대해 “호미로 막을 일에 굴착기까지 투입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시장의 불안심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α 규모로 확대 운영할 것”이라며 “정부와 한은은 앞으로도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주요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16조원 △증권사 직접 대출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도록 한은이 매입 가능한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국채 외에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선제적, 신속, 충분한 지원' 위기대응 원칙 하나도 안 지켰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23일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많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당국이 심각성을 알고 대응한 게 좀 늦었지 않나 싶다”며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레고랜드 사태의 책임자인 김진태 강원지사가 여당 소속인 만큼 (강원도 보증채무 디폴트 선언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김 지사도 상황이 심각해지니까 나중에 자신의 발언을 주워담긴 했지만 시장에선 이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했다.

‘선제·신속·과감·충분’ 등 유동성 위기 대응을 위한 4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 7월부터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로만 외쳤지 실제로 액션을 취한 게 별로 없다”며 “심지어 지난달 말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뒤에도 거시경제금융회의나 금융리스크대응회의 등이 열렸지만 당국자들이 원론적인 메시지만 내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19일 시장에서 ‘L건설·캐피탈 부도설’이 돌면서 대통령실이 깜짝 놀라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다음날인 20일 채권시장안정펀드 즉시 가동을 포함한 금융위원장 특별지시가 내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채안펀드를 즉시 가동한다고 해서 (바로 투입 가능한) 1조6000억원이 시장에 풀리나 했는데 21일까지도 돈이 돌지 않아 초우량 채권인 한국전력채권마저 발행에 실패했다”며 “한전채나 산금채(산업금융채권)처럼 정부가 발행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채권조차 그대로 방치한 것부터가 안일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호기/이상은/이인혁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