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에 들어간 한화그룹이 자금 조달 불확실성에 더해 대우조선노동조합의 경영 간섭까지 이어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조선노조는 한화에 고용 승계뿐 아니라 회사 분할 및 자산 매각 금지까지 요구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17일부터 대우조선 본사와 사업장 실사를 하고 있다. 다른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날까지 스토킹호스(경쟁입찰)를 했지만 추가로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사는 4주 동안 이어지는데, 2주 연장할 수 있다. 최대 6주간의 실사를 거친 뒤 12월 초 최종 투자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선 인수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불거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자금 조달 문제와 대우조선노조 반대에 가로막혀 인수를 포기했다. 한화 관계자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각 계열사 자금 부담은 이미 정리가 끝났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관건은 노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강성 노조로 유명한 대우조선 원·하청노조는 19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집회를 열어 전 직원 고용 승계, 인위적 구조조정 및 회사 분할과 자산 매각 금지 등을 요구했다.

재계는 노조의 이 같은 요구를 명백한 경영간섭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한 후 특수선사업을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부 구조조정 및 자산 매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주요 의사 결정을 하지 말라는 것은 경영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화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 인수 과정에선 노조가 타협 여지를 남겨놨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조는 19일 한화에 제시한 요구 조건에서 조선업 전문경영진 선임을 요구했다. 이달 초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 등 현 경영진 임기 보장을 요구한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지난 3월 선임된 박 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사장에 선임되면서 정권 말 ‘알박기’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