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의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해외 건설 사업에 참여하거나 원자재 트레이딩에 뛰어들고, 쓰레기 매립 사업을 시작하는 등 비(非)시멘트 분야를 확대하고 나섰다. 시멘트 핵심 원료인 유연탄 가격 상승을 비롯해 전력·물류비 부담이 급증하는 위기를 사업 다각화로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721조원 규모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시멘트업계에선 유일하다. 현지 레미콘 공급과 건자재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관계회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성신양회는 연 매출 8300억원 규모로 매출 순위로는 하위권이지만 해외 진출은 가장 적극적이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해외(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서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싱가포르에 트레이딩회사인 진성인터내셔널을 설립해 시멘트, 클링커, 자갈, 금속, 귀금속 등 다양한 광물 거래로 매년 22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20년 국내 대형건설사와 함께 방글라데시 샤잘랄공항 건설사업에도 참여했다.

업계 1위인 쌍용C&E는 작년까지 2000억원을 들여 수도권과 경남지역의 폐합성수지 중간처리 업체 10여 곳을 인수했다. 중간처리란 수집한 폐플라스틱 등을 유연탄 대체 연료로 쓸 수 있도록 선별·가공하는 공정을 말한다. 쌍용C&E의 연간 매출(1조6000억원)에서 중간처리업 등 환경 사업 비중은 작년 7%에서 올해 상반기 10% 수준으로 높아졌다. 폐기물 매립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환경 사업 비중을 5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한일시멘트는 원자재 트레이딩 사업에 진출했다. 관련 매출은 2020년 1178억원에서 2021년 224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철강 등으로 품목을 다변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일시멘트는 놀이공원 입장객 수 증가로 관련 매출이 늘고 있다. 서울랜드와 국내 최대 낙농 인증 체험 목장인 하늘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 매출은 350억원 규모다. 아세아시멘트도 경주월드를 소유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