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
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
고객은 항상 옳은가? 그렇지 않다. 한 연구에 의하면 콜센터 직원들은 매일 약 7명의 불량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있다. 그리고 서비스 직원 열 명당 한 명이 고객의 모욕적인 언행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직원과 고객간의 관계가 불평등한 상황에서 직원이 항상 고객에게 맞춰 줘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불량행동은 무례하고 적대적이면서 직원을 괴롭히는 고객의 부당한 행위다. 고객불량행동은 직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직원들이 수치심이나 모욕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며 극도로 피곤해지게 된다. 아예 이직을 결심하게 되기도 된다.

감정노동이론(emotional labor theory)에 의하면, 직원은 회사가 정한 감정 표현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고갈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느라 에너지를 사용하다 보니 우울해지며 자긍심이 상처를 입는다.

불량고객에 대한 대처를 일선 직원에게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서는 불량고객의 만행을 그냥 넘기기 일쑤다. 직원은 감정적 혹은 물리적 피해를 보게 된다. 아무 권한 없는 일선 직원이 불량고객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불량고객 대처에는 일정 수준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관리자는 직원이 불량고객으로 인해 겪는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때에 따라 중재(intervention)해야 한다. 관리자가 적절히 중재해 주면 직원의 만족도와 충성도가 증진된다. 이런 중재가 없는 경우 직원은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그렇다면 관리자는 어떠한 중재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관리자는 평소 직원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상담, 지도, 격려 등의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을 제공해야 한다. 사회적 지원을 받은 직원은 고객불량행동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관리자가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공감해주면, 직원은 효과적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관리자의 공감 능력과 감성 지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관리자는 의사결정과정에 직원을 참여시켜야 한다. 불량고객에 대한 대응을 결정할 때 직원에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관리자는 직원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구상할 수 있다. 직원은 대응전략을 함께 만드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동기-위생 이론(motivation-hygiene theory)에 의하면, 직원은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자아 실현, 성과 달성, 독립과 같은 상위 욕구를 충족하고 자신의 직무에 대해 만족하게 된다. 공정성 이론(equity theory)에 의하면, 직원은 자신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보람을 느끼며 그 과정에서 강한 소속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관리자는 직원을 믿고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을 믿고 진행하라.’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의 원칙이다. 이처럼 직원에게 고객불량행동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직원이 권한을 갖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다. 게다가 권한을 받은 직원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이 밖에도 관리자는 일선 직원이 겪는 스트레스 수준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노력-보상 불균형 이론(effort-reward imbalance theory)에 의하면 직원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불구하고 보상 수준이 낮으면 비용 대비 편익이 낮다고 인식하며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매일 무례한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데 봉급은 쥐꼬리만 하고 승진 가능성도 낮다면 노력과 보상이 불균형하다고 느끼지 않겠는가? 따라서 직원의 노력이나 스트레스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일 할 맛 나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여러 방안에 기초하여 실질적인 중재 방안을 구상해보자. 우선, 단시간에 중재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관리자에게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관리자의 직무에 직원의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중재 역할을 명시해야 한다. 관리자가 직원을 위해 중재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에 따라 업무 평가, 승진, 급여가 달라져야 한다. 관리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역할 연기, 비디오 촬영, 현장 조사와 같은 방법을 도입해볼 수 있다. 적절한 지식과 기술을 갖춘 관리자가 직원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자에게 막중한 책임에 걸맞은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 관리자가 여유가 있어야 평소 직원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관리자는 일선 직원들이 겪는 스트레스 수준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무형의 보상으로 직원들을 인정해주고 공적 자리에서 칭찬하는 한편, 유형의 보상으로 보너스를 지급하거나 승진을 시켜주면 직원들의 사기가 진작될 것이다.

경영진은 관리자만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불량고객이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을 잘못해 문제가 확대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초기 대응은 어떻게 할지, 표준적 대응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대응 책임은 어느 선에서 지게 될 지 등을 정리해 지침으로 만들고 사내에 전파시켜야 한다.

불량고객에 대한 대응 지침은 단호하고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회사의 지침을 믿고 고객을 대할 수 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 불량고객 유형별로 적절히 응대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가나 관리자의 중재를 요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은 불량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 자신의 의무나 능력을 벗어난다고 판단하여 결국 직장을 등질 수 있다.

불량고객에 대응하는 것은 감기와 비슷하다. 직원 만족도는 몸 상태, 감기약은 관리자의 중재로 볼 수 있다. 감기약을 먹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 상태는 좋아진다. 그러나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감기를 예방하는 것이다. 직원을 위한 최고의 중재는 불량행동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불량행동에 대해 경고하는 메시지를 현장에 게시하거나, 법적 조처를 할 수 있음을 웹 페이지에 공지할 수 있다.

불량고객의 리스트를 작성해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고 활용하면 애초에 불량고객을 피할 수 있다. 회원제 서비스의 경우 기존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신규 회원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예방 조처가 활성화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비중이 전체 산업의 70%에 달하는 오늘날, 불량고객이 성행하는 것이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선 직원들이 모든 부담을 져야 한다면 장차 접점에서 웃으며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관리자는 불량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내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일반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집중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불량고객 대처. 때로는 관리자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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