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스타트업들이 부상하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들은 공공운수 분야와 갈등을 벌였고 로톡은 변호사 단체와, 직방 등 프롭테크 업체들은 공인중개사 단체와 반목중입니다.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는 세무사회와 싸우고 있죠. 비대면 의료 분야에서도 스타트업과 의료단체와의 갈등은 진행형입니다.
최근
택시 대란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갈등은 결국 국민들의 피해를 야기하고 사회적 비용 낭비로 이어집니다. 해결책은 없을까요.

벤처창업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갈등 상황의 해결법을 1,2부에 걸쳐 분석했습니다. 사회적 갈등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방식의 해결책이 흥미롭습니다. 역시 핵심은 정부의 리더십과 방법론에 있습니다.


요즘 저녁 늦게 택시를 잡기는 매우 어렵다.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호출해도 쉽지 않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택시 영업이 어려워지자 택시 운전사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타다금지법’ 도입으로 타다·우버 같은 차량 공유 앱도 쓸 수 없다. 최근 정부는 ‘타다 금지법’을 완화하여 택시 대란을 해결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택시업계의 반발로 중단되었던 모빌리티 플랫폼의 차량공유 서비스는 다시 제공될 수 있을까.

디지털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차량, 숙박, 부동산, 배달, 법률, 세무, 성형미용, 주차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바로 예약도 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지만, 일부 영역에서는 기존 산업을 영위하던 주체 갈등도 발생했다. 로톡과 변호사협회, 강남언니와 의사협회, 다윈중개와 공인중개사협회, 삼쩜삼과 세무사협회, 여행 공유 앱과 숙박업계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편리한 서비스를 통해 시장 전체 사이즈를 키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위협받을 것이라 우려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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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영향, 불확실성·갈등 구도로 분석해야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해 스타트업을 통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과 기존 산업과의 갈등 문제도 원만히 중재해야 하니 누구 편을 쉽게 들 수 없다. 이런 기술변화에 따른 산업 갈등 상황에 적합한 접근 방법이 있다. 경영학 분야의 대가인 카네기멜론대학의 리처드 사이어트 교수와 제임스 마치 교수는 ‘기업행위론 프레임워크’를 통해 이를 제시했다.

프레임워크에는 2가지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하나는 ‘나이티안 불확실성(Knightian uncertainty)’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해관계자 갈등(stakeholder conflict)’이다. 첫 번째, 나이티안 불확실성이란 우리가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위험(unknown unknowns)이라는 개념이다. 한편, 알려진 알려지지 않은 위험(known unknowns)은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초연결 사회가 되면서 그 복잡도와 모호함이 매우 증가하기 때문에 이런 나이티안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나이티안 불확실성의 예로 전쟁이나 혁신 등을 들었는데 이런 불확실성은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고 가능한 상황에 대해 확률적 분포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회구성원 간 연결이 증가하여 초연결 상태가 되어 그 복잡도와 모호함이 매우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해관계자 갈등은 조직 구성원 간에 추구하는 목적이 달라질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신규 시장에 대해 시장참여자들의 목적과 접근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신기술 분야에서 이런 성향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나이티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중요하고, 이해관계자 갈등이 높은 상황에서는 공유가치(shared value) 창출이 중요해진다. 이제 두 개의 주요 변수를 조합하여 '2 X 2 매트릭스'를 구성할 수 있다.
스타트업과 '협회들'의 전쟁…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긱스]
나이티안 불확실성의 높음 또는 낮음, 그리고 이해관계자 갈등의 높고 낮음에 따라 신기술을 사회혁신에 활용하는 네 가지 접근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사회적 합의, 사회적 자본, 창업지원 국가, 플랫폼 정부 등이 그것이다.

AI 윤리 규정, '사회적 합의 접근법' 특효

나이티안 불확실성과 이해관계자 갈등이 모두 높다면 사회적 합의 접근법이 효과적이다. 사회적 합의 접근법은 사회계약론에 기초하고 있다. 사회계약론은 17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유럽에서 산업혁명 및 시민혁명과 같은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지배적 이론이었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 접근법을 이용하여 나이티안 불확실성과 이해관계자 갈등에 대응한 대표적 사례로 뉴딜 정책을 들 수 있다.

대공황 이후 높은 실업률과 노동자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루스벨트 정부는 전국산업부흥법(National Industrial Recovery Act)을 통해 연방정부 주도로 댐이나 다리 등 거대 공사를 일으켜 실업률을 떨어뜨리고 경제 활성화를 꾀하였다. 또한 공공사업진흥국(Works Progress Administration)을 통해 지방 정부들과 연계하여 병원, 공원 등 시설 공사를 벌여 일자리들을 창출하고, 예술가들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이는 시장에 맡겨두어서는 되지 않을 일자리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비시장 영역에서의 리더십(nonmarket leadership)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권위와 제도적인 발전이 따라오기 힘든 혁신 분야에서 정부는 재빠르게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면서 사회계약을 추구하여 혁신을 달성하는 접근방법인 것이다.

예를 들어, 신기술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알기 어려운 인공지능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인공지능 윤리를 규정하고 사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인간-기계 관계에서 이해관계자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며 대량의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여기에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생존과 존엄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말미암아 지역 간, 계층 간, 국가 간 불평등이 심화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과 사회 간에 이해관계 충돌도 예상된다. 혁신적 기술의 도입에서는 불확실성이 높기 마련이므로 이러한 논의에 정부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인공지능 윤리기준(안) 공청회' 현장. 인공지능(AI) 윤리 기준을 둘러싼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지난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인공지능 윤리기준(안) 공청회' 현장. 인공지능(AI) 윤리 기준을 둘러싼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기업이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활용하게 되면서 사회문제와 같은 외부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외부효과는 시장실패의 일종이고 이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신기술 도입의 외부효과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계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기술의 사회적 비용이 경제적으로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합의는 이익 창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혁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페이팔은 온라인 거래에서 많이 활용되는 지급결제 수단이다. 2000년 중반, 페이팔은 거래 사기로 매달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았는데 일 분에 수천 건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전통적 방식으로 사기 거래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페이팔은 수학자, 데이터 과학자들을 동원하여 사기 거래 검색 인공지능을 만들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Palantir'라는 회사를 창업하여 금융사기 등을 잡아낼 뿐만 아니라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폐쇄하고, 전염병 발발을 예측, 탐색하고, 테러리스트를 찾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한편, 신기술이 도입되면 노동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의 노동 수요가 증가한다. 또한 늘어난 생산성으로 인한 소득 증가로 여가가 늘어나 여가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특히 서비스업 고용이 증가할 것이다. 신기술 활용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이 고용을 파괴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을 업데이트하고, 신기술 창업에 대한 장벽을 없앨 필요가 있다. 사회가 파괴적 혁신이 두려워서 또는 당장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압력 때문에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채택하는 걸 어렵게 한다면 고용은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파괴적 혁신으로 창출된 잉여를 정의롭게 나누는 것이 중요해진다. 현재 쟁점으로 떠오른 로톡과 변협의 갈등에서 사용자, 국민들의 패널을 구성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법률서비스의 방향을 도출해서 갈등 관계자들의 합의를 도출하는 접근을 해볼 필요가 있다.

타다 사태가 '사회적 자본 접근법'을 만났다면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중고차로 매각될 타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중고차로 매각될 타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이티안 불확실성은 낮지만 사회적 갈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혁신을 추구할 때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또는 이해관계자 자본(stakeholder capital) 접근법이 적절하다. 정부는 신산업 분야에서 사회적 자본 혹은 이해관계자 자본을 축적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경쟁력을 키우고 혁신이 이뤄지도록 할 수 있다. 나이티안 불확실성이 낮고 이해관계자 갈등이 뚜렷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신기술을 활용은 기업은 다른 이해관계자들 요구에 일정 부분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양보가 아닌 양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을 축적하는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 과정에서 타다는 핵심 사업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타다가 사업에서 물러났을 때 정부는 타다에 투자한 투자자와 사업가들이 또 다른 모빌리티 혁신 분야에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중재해야 했다. 여기선 낮은 불확실성이 도움이 되는데, 그 이유는 정부와 민간 조직에서 이해관계자 갈등의 주요 논점과 그 원천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이슈 리스트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리스트의 이슈들을 함께 해결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을 축적하고 향후 인공지능과 공유경제에 필요한 기술도 확보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의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 스타트업과 기존 산업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어느 한 편을 들기보다는 문제에 접근하는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최적의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해관계자 갈등이 낮은 '창업지원 국가'와 '플랫폼 정부' 관련 내용은 다음 연재에서 계속됩니다.
스타트업과 '협회들'의 전쟁…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긱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학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산호세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 스타트업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혁신 플랫폼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에 <페이스북 시대>, , <경영학으로의 초대> 등을 공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