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자 ‘번지수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데이터센터 화재처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재난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의 책임 방기’가 문제의 핵심인데, 이를 독과점 폐해로 뭉뚱그려 ‘시장 실패’로 몰아가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를) 독과점 문제로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그건 아니다”며 “다른 독과점 플랫폼도 많은데 그런 사업자들은 이런 일이 없지 않으냐”고 했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달리 미리 서버를 분산해둔 덕분에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에도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독과점 기업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규제하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일인데 이번 사태는 그런 성격과는 다르다”고 했다. 획일적인 플랫폼 규제가 아니라 카카오의 대안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게 공정위가 할 일이란 것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플랫폼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법적 규제로 독점을 통제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공공 서비스를 카카오와 연계해 카카오의 독점을 유발한 게 더 문제”라고 했다.

과도한 규제가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위축시키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를 독과점으로 보고 규제하면 국내 정보기술(IT) 플랫폼은 절대 ‘슈퍼앱’ 수준으로 클 수 없고, 다른 나라처럼 구글에 다 먹힐 수 있다”고 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