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은 거래소에서만 살 수 있다? 아니죠! 게임도 하고, 코인도 버는 'P2E'(Play to Earn) 게임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습니다. P2E 게임을 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요? 코인만 버는 게 전부일까요? 2n년차 게임 내공의 경제방송 기자가 '전자오락채굴단'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삼성전자, 네이버가 찜한 블록체인 게임" 나인크로니클 [전자오락채굴단]
"사랑하는 OO초등학교 어린이 여러분, OO초등학교의 주인은 바로 학생 여러분입니다."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인 바로 나예요!"

첫 번째 이야기는 학생 시절 전교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께서 자주 하셨던 훈화말씀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정글고등학교'라는 웹툰에 나왔던 대사인데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일까요? 아니면 이사장님일까요? '학교'라는 단어를 '게임'으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게임의 주인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일까요? 넓게 보더라도 이용자는 '손님', '주인'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 개발사 또는 유통사 아닐까요?

하지만 게임 개발진과 유저들이 함께 게임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곳이 있습니다. "중앙에서만 게임을 개발, 운영한다면 굳이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탈중앙' 정신을 내세우는 이 게임은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국내에서 개발해 전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선 블록체인 게임, '나인크로니클'에 대해 전자오락채굴단이 알아봤습니다.

● 삼성전자, 네이버가 찜한 그 게임…"블록체인 기술로 실제 문제 해결"
"삼성전자, 네이버가 찜한 블록체인 게임" 나인크로니클 [전자오락채굴단]


나인크로니클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Dappradar 기준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 가운데 올해 유일하게 전 세계 10위권에 들었습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블록체인게임 제작지원사업으로 선정한 첫 게임이자, 중소벤처기업부도 '아기유니콘 200'으로 선정했죠. 시장에서도 될성부른 싹을 허투루 보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네이버를 비롯해 바이낸스 등 유명 기업들이 투자에 참여하며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습니다.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은 걸까요? 게임 내적으로 보면 나인크로니클은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육성 RPG 게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임 방법은 간단합니다. 캐릭터를 만들고 모험에 나서면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입니다. 이동과 전투는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특별한 조작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조작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캐릭터 고유의 스펙이 중요하다는 의미인데요. 캐릭터의 무기와 갑옷 등 장비는 유저들이 직접 제작하거나 유저간 거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NCG라는 토큰이 필요한데요. 토큰은 특정 레벨을 달성하거나 외부 거래소에서 구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만 본다면 "이게 왜 블록체인 게임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게임에서 토큰으로 장비를 사고팔고, 스테이킹을 하는 것 외에는 일반 게임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인크로니클의 장비를 비롯해 게임 내의 모든 내용들은 블록체인 위에 저장됩니다. 심지어 게임 유저가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남아있다면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는 일은 없습니다. 남유정 나인코퍼레이션 대표는 "탈중앙성을 기반으로 한 영속성이 게임에서의 문제를 해결해 줄 포인트라고 생각했다"며 "실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실제 기술이 필요한 곳이 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죠.

유저 수는 8배 늘었는데…코인 시장 한파에 토큰 가격은 '뚝'
[자료사진 = Dappradar 화면 갈무리]
두 번째 생일을 앞둔 나인크로니클은 올해 양적 성장을 이뤘습니다. 지난해 말에 비해 일 활성화 유저(DAU)는 8배 가까이 늘었고, 게임 안에서 토큰을 거래하는 빈도도 15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처럼 게임 생태계가 활기를 띄게 된 건 다양한 콘텐츠의 추가가 한 몫 했습니다. 남유정 대표는 "NCG의 사용처를 늘리고 경제 시스템의 원형이 정비됐다"며 "스테이킹을 통해 다양한 베네핏을 제공하는 기능을 선보였고, 앞으로도 거래의 효용과 재미를 더욱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게임 자체의 지표적 성장과는 반대로 NCG의 시장 가격은 눈에 띄게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9월 개당 6달러를 웃돌았던 토큰(WNCG) 가격은 현재 0.09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일 년 새 98%가량 떨어진 셈입니다. 개발사 측에서는 토큰 가격의 하락은 외부 시장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자산시장 긴축과 코인시장의 한파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다는 설명인데요. 게임 자체의 이슈, 또는 펀더멘탈의 훼손이 없었음에도 NCG 가격은 비트코인과 정비례하는 것이 현 상황이라는 진단입니다.

이는 비단 나인크로니클만의 상황만은 아닙니다. 나인크로니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테픈, 위믹스 등 타 게임의 토큰들 역시 상승장에선 함께 오르고, 하락장에선 함께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코인 공시 사이트인 코인게코를 살펴보면 지난 편에서 설명드렸던 스테픈의 GST(SOL 체인 기준) 토큰 가격은 고점 대비 99.7% 하락했습니다. 위믹스 토큰도 고점 대비 최대 93% 가까운 하락폭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한때 불었던 P2E 열풍은 결국 비트코인의 가격만 바라보는 천수답 구조인 걸까요? 남유정 대표는 장기적으로 볼 때 비트코인과 개별 토큰이 함께 묶이지 않는 디커플링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남 대표는 "각각의 통화가 '가상화폐'라는 한 흐름에 지나치게 종속되지 않는 환경이 도래할 것을 기대한다"며 "저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탈중앙 아니면 블록체인 안 붙혔죠"…나클이 그리는 탈중앙 게임의 미래
[자료사진 = 나인크로니클 디스코드]
"블록체인 기술을 쓰더라도 게임 운영 및 개발을 중앙에서 유저들에게 일방향으로 공급하기만 한다면, 기술의 일부 장점은 흡수할 수 있겠지만 굳이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인크로니클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먼저 나인크로니클은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여러 발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인크로니클은 PC에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요. 내년부터는 모바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발을 준비 중이란 소식입니다. 또한 국내 P2E 게임 출시 허가와 관련해서도 현장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산 게임'인 나인크로니클도 현재 해외 서비스만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게임 내에서 한국어도 지원하지 않고 있죠. 이는 현행법상 P2E 게임은 국내에 출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나인크로니클도 게임위에 등급 분류 심사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남 대표는 "콘진원 등 정부 기관과의 연결과 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콘텐츠 포럼 전문위원 활동 등, 현업에 몸담은 입장에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정부부처 및 관계자 분들께 전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최근 열린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선 P2E 게임의 출시길을 모색해보겠다는 취지의 게임위 위원장 발언이 있었습니다.)

또한 처음 설명드렸던 것처럼 나인크로니클은 지속적으로 유저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적으로 많은 콘텐츠를 개발하기 보다는, 시스템의 자동화나 유저들의 의견에 따라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남 대표는 "내년부터는 더욱 유저들이 주도적으로 게임의 방향을 정의하거나 의결에 참여하고, 더 나아가서는 유저들의 제안을 기반으로 한 게임 디자인과 콘텐츠 생산이 될 수 있도록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탈중앙화'라는 막연했던 개념은 덱스(DEX), 다오(DAO) 등 실물 서비스들이 출시되며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나인크로니클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게임사의 일방적인 서비스 종료, 아이템 소유권 논쟁, 불투명한 운영 등 게임 시장에서 논의됐던 실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적인 기술'으로써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다른 게임사들에서도 토큰, NFT 홀더들에게 게임의 개발 방향을 설정하고, 출시 시기 등을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탈중앙화 움직임을 보이는만큼, 나인크로니클의 '탈중앙화' 실험 결과는 게임을 넘어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