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어메이징 오트', 편견 깨고 新시장 개척
“오트(귀리)가 친환경적이고 몸에 좋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귀리우유라는 것은 한국에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기엔 너무 생소하지 않나.”

이 같은 귀리우유 시장에 대한 식품업계의 편견을 깨뜨린 제품이 있다. 바로 매일유업의 ‘어메이징 오트’다. 어메이징 오트는 지난해 9월 출시 후 매 분기 평균 약 5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시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어메이징 오트 판매 수량은 100만 개를 돌파했다. 지금도 1분에 약 52개의 어메이징 오트가 판매되고 있다.

귀리우유는 한국인에게 흔한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거나 비건(채식주의) 식단을 추구하는 소비자, 건강을 찾는 중장년층에게까지 기존 우유의 대체유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상황 1 두유의 친숙함 VS 오트의 생소함
도전 1 타깃 세분화해 공략 후 확장

식물성 음료 중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두유다. 친숙함은 새로움과는 배치되는 개념이다. 장수 제품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취향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비건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트렌디한 제품’을 원하는 MZ세대에게 두유만으론 대체유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힘들다는 게 매일유업의 판단이었다.

매일유업은 ‘트렌디한 식물성 음료’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장기간 진행해왔다. 2014년 김선희 사장이 취임한 이후 이 같은 노력은 본격화 됐다. 2015년 미국 블루다이아몬드사와 협업을 통해 국내에 아몬드브리즈를 들여왔다. 아몬드우유라는 음료의 맛을 놓고 매일유업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로 초창기엔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하지만 이미 해외에선 아몬드우유는 자리 잡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매일유업이 출시한 아몬드브리즈에 대해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6년엔 과감히 설탕을 뺐다. 철저히 건강음료로 자리잡겠다는 의도였다.

아몬드브리즈를 통해 대체유의 시장성을 본 매일유업은 새로운 대체유 작물을 찾아나섰다. 바로 그 원료로 오트가 낙점된 것. 오트는 장점이 뚜렷하다. 영양이다. 오트는 현미의 다섯 배에 이르는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어 ‘곡물의 왕’으로 불린다.

그 중에서도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수용성 식이섬유 베타글루칸이 풍부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오트의 베타글루칸을 하루 3g 이상 섭취하면 심혈관계 질환과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 한국에서는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콜레스테롤 개선과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귀리식이섬유를 고시형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증했다.

그럼에도 오트는 음료로 만들기에 소비자에게 생소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어메이징 오트 출시 전에도 몇 종류의 오트 음료가 국내에 출시된 상태였지만 대부분 중소 유통사에서 해외에 출시되어 있는 제품을 그대로 수입하는 형태였다. 가격대가 비싸고 국내 소비자의 인지가 낮았다.

매일유업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액상 또는 파우더 형태로 가공된 오트를 수입하는 대신, 자체 공정을 개발했다. 오트를 원물 상태로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함으로써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고객에게 보다 신선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단가가 비싸지만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출시 초기에는 규모가 작은 세분시장을 정확히 ‘타게팅’하는 전략을 택했다. 매일유업이 판매하는 대부분 제품이 저관여 소비재로 주로 ‘매스 마케팅’을 시도했으나 어메이징 오트는 타깃 노선을 차별화했다. 비건, 건강,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부여해 젊은 여성층을 우선 공략한 것.

SNS를 통해 젊은 여성층의 미디어 사용 패턴과 소비패턴을 분석했고,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채널에서 주로 판매되던 여타 제품과 달리 주요 판매 채널을 이커머스 채널로 설정했다. 목표는 어메이징 오트를 단순한 식품이 아닌, 가치관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성 아이템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트렌디한 카페 문화에 익숙한 젊은 여성들에게 귀리우유가 커피와 잘 어울린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레시피를 새롭게 개발해 신제품 ‘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를 출시했다. 현재 1759개의 카페 매장에서 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를 사용하고 있다.

젊은 여성에게 인지도를 확보한 후에는 확장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오트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 ‘베타글루칸’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4050세대로 마케팅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상황 2 오트가 ‘친환경 곡물’?
도전 2 멸균팩 재활용 ‘친환경 마케팅’

오트는 우유와 비교해 탄소배출량이 약 72%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땅 사용량은 91%, 물 사용량은 92% 적다. 하지만 오트가 친환경 곡물이라는 이미지를 연상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지 않은 것이 매일유업의 고민이었다.

매일유업은 지난 7~8월 ‘지구를 살리는 놀라운 나’ 캠페인을 벌였다. 어메이징 오트와 친환경 인식을 연결짓기 위한 작업이다. 생활 속 지구를 위한 노력을 필수 해시태그(#어메이징 오트, #지구를 살리는 놀라운 나, #친환경)와 함께 개인 SNS에 게시하면 선물을 주는 식이다.

멸균팩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도 친환경 마케팅의 핵심 중 하나다. 매일유업은 어메이징 오트를 음용 후 세척, 건조한 멸균팩 20개를 모아 발송한 고객 모두에게 선물을 주는 행사를 했다. 두 달 동안 이 캠페인에 참여한 인원은 3만 명에 달했다. 해시태그는 총 1만5291개가 생성됐다. 회수된 멸균팩은 3.2톤. 이 멸균팩들은 분리, 세척 과정을 거친 뒤 2810만장의 페이퍼 타올로 재탄생했다.

매일유업은 “이 캠페인을 통해 멸균팩 재활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전환·제고할 수 있었고, 어메이징 오트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살리는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자평했다.
어메이징 오트 카페에서는 오트 라떼, 케이크, 크럼블, 쿠키 등 어메이징 오트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 사진=매일유업
어메이징 오트 카페에서는 오트 라떼, 케이크, 크럼블, 쿠키 등 어메이징 오트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 사진=매일유업

상황 3 아직 오트 경험 못한 소비자
도전 3 오트 직접 체험 ‘팝업스토어’

어메이징 오트가 출시된 후 1년 가량이 흐른 만큼 이젠 오트를 경험하지 못한 소비자를 찾아나서는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매일유업은 지난 8일부터 한 달간 성수동에 팝업스토어 ‘어메이징 오트 카페’를 개장했다.

어메이징 오트 카페에서는 오트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 메뉴를 선보인다. 매일유업은 건강을 위해 맛을 포기하지 않도록 전문 셰프와 함께 오트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시그니처 레시피를 개발했다. 어메이징 오트 카페의 모든 메뉴는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메뉴로 만들었다.

어메이징 오트만의 특징인 핀란드산 귀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핀란드의 오트밭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와 대형 포토존을 마련했다. 핀란드는 여름철 백야로 일조량이 풍부하고 물과 공기가 깨끗해 고품질 오트가 생산된다.

‘지구를 살리는 놀라운 나’ 캠페인을 통해 재활용한 페이퍼타월도 카페에서 판매해 마케팅 연계효과를 노리고 있다. 카페 내 가구는 버려지는 우트 팔레트를 활용해 만들었다. 판매하는 모든 굿즈는 ‘플라스틱제로’ 제품이다. 매일 비건 베이킹 클래스를 진행하는 것도 오트를 직접 체험하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매일유업은 어메이징 오트란 제품이 바로 ‘실험’이라고 말한다. 식물성 음료 시장이 향후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기 위한 실험이라는 것이다. 두유와 아몬드 브리즈, 어메이징 오트 등 3개의 식물성 음료 라인업을 통해 다양한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초기 시장 장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의미도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식물성 음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기는 하지만, 오트라는 생소한 원료로 만든 음료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리잡을지는 미지수였다”면서 “하나의 세분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한 뒤 그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타깃을 확장했다는 점은 특히 기존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안착시켜야 하는 마케터가 눈여겨봐야 하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하수정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이 필수적이다. 끊임없는 성장은 기업의 영원한 숙제이자 숙명이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느냐에는 몇가지 대안이 있다. 첫번째 방법은 “시장침투(market penetration)를 통한 성장”이다. 이는 기존 시장에서 기존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해 성장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을 원래 1개만 구매하던 소비자가 2개 사게 만들면 새로운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

두번째 방법은 “시장개발(market development)을 통한 성장”이다. 이는 기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에 나아가 성장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을 전혀 사지 않던 사람에게 1개라도 팔면 새로운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

세번째 방법은 “제품개발(product development)을 통한 성장”이다. 이는 원래 우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던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더 출시해 성장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을 1개 사던 사람에게 우리의 다른 제품도 1개 더 팔면 새로운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다각화(Diversification)를 통한 성장”이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을 찾는 방법이다.

매일유업도 새로운 성장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놓인 것 같다. 출산율 저하 등으로 1인당 우유 소비가 꾸준히 줄어들면서 이제 기존 우유 제품만으로 지속 성장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매일유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어메이징 오트와 같은 식물성 음료를 개발하였다. 이는 앞서 설명한 성장 전략 중 “시장개발을 통한 성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소비자, 채식주의자, 혹은 평소 우유를 잘 즐기지 않던 중장년층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오트 우유를 제공해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존 우유 소비자가 다양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오트 우유를 소비한다면 이는 “제품 개발을 통한 성장”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어메이징 오트는 시장개발과 제품개발을 동시에 추구한 성장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매일유업이 친환경 이벤트를 통해 오트가 친환경 곡물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트렌디한 장소의 팝업스토어를 통해 타깃 고객들이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도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도 출산율 감소와 같은 시대, 환경적 변화는 기업에게 매번 새로운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이때 매일유업과 같이 실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우유는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같은 주요 영양소가 들어있는 건강에 좋은 완전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칼슘, 셀레늄 같은 여러가지 미량 영양소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lactose)을 소화하지 못해 배앓이를 하는 유당불내증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들도 우유 마시기를 피한다.

이런 이유들로 우유와 동일한 이점을 가진 다양한 식물성 음료들이 주목받아 왔다. 아몬드 우유, 코코아 우유, 코코넛 우유, 대마 우유, 강낭콩 우유, 귀리 우유, 땅콩 우유, 쌀 우유, 두유 등이 우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음료들이다. 이런 음료들은 우유에 비해 친환경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동물을 이용한 우유 생산이 환경에 훨씬 더 많은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성 우유 대체품 시장이 2018~2024년까지 연 평균 14% 이상 성장해 2024년에는 380억 달러(약 54조4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이 이렇기는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선뜻 도전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귀리 우유(어메이징 오트)로 식품업계의 편견을 깨뜨리는 도전에 나섰다.

케이스스터디 기사가 전한 것처럼 매일유업은 어메이징 오트를 ‘실험’이라고 말한다. 아직 도전이 진행중이라는 의미다. ‘식물성 우유 대체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계속해서 커질 것이란 점과 친환경 메시지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은, 이 도전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인 듯 하다.

같은 맛과 영양소를 지니고 있으면서 소화 문제로 우유를 마시지 못하거나, 채식을 추구하거나 또는 미래 세대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혜택을 줄 수 있는 남다른 도전은 반가운 일이다. 이번 주에는 마트에서 우유 대신 귀리우유를 사서 신선한 맛을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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