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투자자, 시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성장 스토리를 제시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공식이 바뀌고 있다”며 고객 친화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ESG 이슈를 적당히 대응하거나 수비하면서 관리했다”며 “앞으로는 정면 돌파하고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직접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영 혁신의 하나로 SK그룹은 2020년 말 수소 사업을 전담하는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했다. SK㈜, SK E&S를 중심으로 꾸려진 추진단은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추진 중이다. 그룹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생산부터 유통,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청정 수소 28만t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미국의 수소 사업 선도기업인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세계 최초 청록수소 생산 기업인 모놀리스에도 투자했다.

국내 대표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그린 에너지 중심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 전기차 배터리와 분리막 공장을 증설했다. 여기에 배터리 임대·충전과 재활용·재사용 등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는 2차전지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열분해 기술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에서 석유화학 원료를 제조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SKC는 필름 회사에서 친환경 소재 회사로 전환하며 ESG 경영의 대표 모델이 됐다. SKC는 2020년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동박 제조업체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뒤 배터리 소재 회사로 변신했다. SK건설도 지난해 7월 국내 최대 종합폐기물처리업체 EMC홀딩스를 1조원가량에 인수했다. SK건설은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하는 등 친환경 기업의 기반을 조성했다.

SK그룹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참여해 탄소감축경영 비전과 구체적 실행전략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그룹은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넷제로’ 경영을 결의했다. 2030년 기준으로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t)의 1%에 해당하는 2억t의 탄소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 회장은 “넷제로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며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 폭이 커져 결국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지난 6월 SK ESG 경영의 발원지인 인등산 전시관을 재개관하며 넷제로 조기 달성을 위한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된 전시관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탄소 3730만t △저전력 반도체 등으로 1650만t △전기차 배터리로 750만t △플라스틱 재활용 등으로 670만t을 감축하겠다는 구체적 목표치가 제시됐다.

SK그룹은 탄소 감축량을 정밀히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탄소감축인증센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탄소 감축 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관계사들의 인력과 역량을 한데 모은 ‘SK그린 캠퍼스’를 올 1월 구축했다. 관련 분야 신기술을 개발할 전문 R&D 조직도 2027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그린 비즈니스와 R&D 조직을 독립해 별도로 구축한 기업은 SK가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SK는 친환경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탄소 감축 경영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공생하는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SK ESG 경영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