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인출기/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인출기/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 3%대 초반이었던 은행 예금 금리는 한 달 새 최고 연 4.65%까지 뛰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또 올릴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한동안 금리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비대면 전용 정기예금인 '원(WON)플러스 예금'의 금리를 0.1%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연 4.65%로 높아졌다. 국내 은행과 저축은행을 통틀어 1년 만기 정기예금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다.
10일 기준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약정이율. 우리은행 홈페이지
10일 기준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약정이율. 우리은행 홈페이지
우리은행은 지난 2주일 새 예금 금리를 0.5%포인트 넘게 올렸다. 특히 최근 들어선 다른 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곧바로 추가 인상을 감행하며 '예금 금리 1위' 수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일 신한은행이 '쏠편한 정기예금'(1년 만기 연 4.5%) 금리를 인상하자 하루 만에 연 4.55%로 금리를 더 높였다. 지난 7일에도 케이뱅크가 '코드K정기예금' 금리를 1.1%포인트 올려 연 4.6%를 제시하자 또다시 이틀 만에 금리를 0.1%포인트 더 올려 케이뱅크를 추월했다.

요즘 은행권에선 6개월짜리 예금도 연 4% 금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협은행의 비대면 가입 전용 상품인 '헤이 정기예금'은 6개월 만기를 채우면 아무 조건 없이 연 4.2%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원플러스 예금도 6개월 만기 기준 금리가 연 4.14%,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 금리는 연 4.1%다. 대구은행도 창립 55주년 특판정기예금으로 6개월 만기 연 4%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유치·유동성 관리 강화 목적

은행들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예금 금리를 올리고 나선 것은 우선 소비자 유치를 위해서다. 자고 나면 금리가 오르는 이때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움직이는 소비자를 붙잡아두려면 예금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최근 환율이 치솟고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유동성 관리 강화에 나선 점도 예금 유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달러를 조달하며 원화 채권을 담보로 맡긴 은행들은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최근 담보 부족과 유동성 비율(LCR)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담보 보강을 위해 원화채를 추가로 맡기면서 유동성 자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보다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코로나 사태로 잠시 완화했던 은행권 LCR 규제비율을 지난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있어 은행들은 더욱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채권금리가 치솟으면서 은행채 발행을 통한 조달 비용이 예금을 통한 조달보다 더 높아졌다"며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은 예금을 통해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두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대출금리 '도미노 상승'은 우려

은행 예금 금리 상승은 여윳돈을 안정적으로 은행에 맡기고 싶어 하는 예금자나 은퇴 후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자 등에게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예금 금리 상승 속도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빨라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예금 금리 인상은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상승을 매개로 고스란히 대출금리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이 대출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데 드는 비용, 즉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높아지는 원리다.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까지 겹쳐 올해 안에 은행 예금 금리 연 5%, 대출 금리 연 8%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사의 유동성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은행의 금리 경쟁이)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을 가속화해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 은행 대출은 변동금리가 대부분인데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이자부담이 한꺼번에 늘어나 채무불이행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