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악화…넉 달만에 다시 적자
지난 8월 경상수지가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74억4000만달러) 대비 104억9000만달러 줄어들며 4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8월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4년 만의 첫 적자다.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에 수출 둔화가 겹쳐 상품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간 데다 서비스수지마저 적자 전환한 결과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 구성 항목 중 상품수지는 44억5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7월(-14억3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커졌고, 1년 전과 비교하면 104억8000만달러 줄었다. 수출이 7.7%(572억8000만달러) 늘었지만, 수입이 617억3000만달러로 30.9% 급증한 여파다. 서비스수지도 7억7000만달러 적자였다. 1년 전 8억4000만달러에서 적자 전환했다. 다만 배당·이자 등을 포함하는 본원수지는 22억4000만달러로 1년 전(6억4000만달러)보다 16억달러 늘었다.

한은은 “8월 경상수지는 이례적으로 큰 무역수지 적자(-94억9000만달러)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9월에는 무역적자(-37억7000만달러)가 축소돼 경상수지도 흑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 낼 것" 이라지만…유가·中 침체 등 '지뢰밭'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경상수지는 올해 연간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이전보다는 적겠지만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8월 경상수지 적자를 뜯어보면 지난 4월 적자 때보다 심각한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상수지 악화…넉 달만에 다시 적자
우선 경상수지가 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지난 4월에는 상품수지가 29억5000만달러 흑자였다. 당시엔 외국인 배당 자금 유출 등의 여파로 경상수지가 악화했다. 반면 8월 상품수지는 44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인 데다 1년 전보다는 104억8000만달러나 줄었다.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한 여파가 컸다. 원자재 중 석탄, 가스, 원유의 수입액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32%, 117%, 73%에 달했다. 겨울철을 맞아 에너지 수입량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점도 경상수지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가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한은은 “경상수지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 움직임에 크게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도 지난달 7.7% 증가(전년 동월 대비)했지만 질은 나빠졌다. 수출 증가율이 가장 큰 품목 중 하나는 석유 제품(111.8%)이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제품 가격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같은 기간 수출액이 7% 감소했다.

한국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침체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는 점도 경상수지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2.8%로 하향 조정했다.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여행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8월 여행수지는 9억7500만달러 적자로, 올 들어 최대 적자였다. 한은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외여행 수요도 경상수지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원 오른 1412원40전에 마감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Fed의 싸움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