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업계가 ‘불황 터널’을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 선박 가격이 치솟는 데다 수주 잔량도 불어나고 있어 장래가 밝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회사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 선박 수주량은 132만CGT(표준환산톤수·22척)로 세계 1위를 나타냈다.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량 217만CGT(56척)의 61%를 한국 조선사들이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뒤를 이어 중국이 55만CGT(27척, 25%)를 가져갔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수주량은 중국과 비슷하다. 한국의 올 1~9월 누적 선박 수주는 1322만CGT(239척, 44%)로 중국(1327만CGT·524척·44%)과 거의 같다. 국내 업체들이 ‘조선업계 세계 최강’ 입지를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조선 '부활 뱃고동'…수주 1위 탈환에 선박 가격도 최고
수주가 이어지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9월 말 누적 수주 잔량은 3606만CGT로 작년 말에 비해 20.5%(614만CGT) 늘었다. 이달에도 수주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5일에만 2조원 규모가 넘는 수주계약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와 1만7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미국 엑셀러레이트에너지와 LNG-FSRU 1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수주액은 2조958억원이다.

선박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 말 162.27로 전년 동기 대비 13.15포인트 상승하는 등 13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지난달 2억4400만달러로 전월에 비해 400만달러 상승했다. 초대형 유조선은 1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억1500만달러로 전월 대비 100만달러 뛰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 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42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이 회사는 3년 만에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최근 선박 수주가 늘어난 데다 선박 가격이 치솟는 만큼 앞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영업이익 1395억원)과 대우조선해양(2025억원)도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