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농산물 도매가격이 한풀 꺾였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몰렸던 수요가 줄어들면서 안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습기가 적은 선선한 날씨가 연일 계속되는 것도 상당수 작물의 생육에 도움을 주고 있다. 도매가격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소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다소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천정부지' 농산물값 꺾였다…날씨 선선해지자 출하량 늘어
○정점 찍은 농산물 가격
7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KAPI는 전날 161.05를 나타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KAPI는 200을 훌쩍 넘겼다.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높은 수치였다. 지금은 한 달 전(208.37)보다 22.9% 떨어졌다.

KAPI에 포함된 22개 작물 중 15개가 지난달보다 가격이 내려갔다. 상추(-55.5%) 양상추(-55.46%) 깻잎(-43.3%) 등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이 작물들은 한때 가격이 너무 비싸져 식당에서 밑반찬 메뉴에서 제외되거나 햄버거의 주재료에서 빠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배추도 전월 대비 39.6% 떨어진 ㎏당 1044원에 거래돼 6개월 전 가격으로 돌아갔다.

일부 농산물은 소매가격도 하락세다. 농산물유통정보 KAMIS에 따르면 시금치(-60.2%) 상추(-51.1%) 대파(-13.3%) 배추(-7.8%) 등은 지난달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 안정세 지속될 것”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다가 추석 후 내려가는 흐름은 매년 나타난다. 올해는 추석 전 폭우·폭염이 워낙 심해 ‘추석 후에도 농산물 가격 불안이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통업계에서는 농산물 가격 안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들어 선선한 날씨가 이어져 가을 작물의 작황은 대부분 양호하다.

특히 20도 언저리에서 잘 자라는 상추와 깻잎은 지난주보다 30% 넘게 가격이 낮아졌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여름에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영향으로 고기 소비와 쌈채소 수요가 급증한 와중에 폭염으로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상추, 깻잎 가격이 급등했다”며 “지금은 논산, 금산 등 쌈채소 주산지에서 출하가 안정적이어서 시세가 작년보다 더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장철 문제없을까
다만 곧 다가오는 김장철을 앞두고 무는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테란에 따르면 무 1㎏ 도매가격은 1694원으로 전월 대비 380% 폭등했다. 소매시장에서도 고랭지 무는 1개에 4262원에 거래 중이다. 1년 전에는 1839원에 불과했다.

가을 무는 통상 9월 말부터 산지에서 출하된다. 올해는 생육 부진으로 출하 시기가 늦어졌다. 무는 뿌리를 통해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는데, 올해는 9월 초 잦은 비로 땅에 물이 차 잔뿌리가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가을 무가 시장에 나오면 김장 시즌에는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추도 강원도 이외의 지역에서 가을배추 출하가 시작되면 가격이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