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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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197억달러 가까이 급감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달러 가치 상승) 영향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선 영향이다. 감소폭은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9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월말 대비 196억6000만달러나 줄어든 것으로 감소폭은 2008년 10월(274억2000만달러 감소) 이후 14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한은 측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기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미 달러화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중 미 달러화는 약 3.2% 평가절상 됐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로, 원·달러 환율은 9월 한 달간 11번이나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급등했다. 지난달 22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400원대를 돌파한 뒤 일주일도 안돼 1440원대도 훌쩍 뛰어넘었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현재 국내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며 "일본 등 주요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 상황을 미뤄볼 때 국내 외환보유액 감소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8월 30일부터 9월 28일까지 한 달간 외환 개입 실적액이 2조8382억엔(약 28조 2000억원)이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선 달러화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지난달 22일 일본은행과 정부가 달러를 팔아 매수한 엔화가 3조원 규모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오 국장은 "전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외환보유액 변동 규모도 큰 상황"이라며 "보유액이 큰 폭 줄었다고 해서 국내 경제를 외환위기라고 묘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794억1000만달러)이 한 달 전보다 155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예치금은 141억9000만달러로 전월보다 37억1000만달러 감소했고 특별인출권(SDR·141억5000만달러)도 3100만달러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은 1억달러 감소했다.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4364억달러)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549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921억달러)과 스위스(9491억달러), 러시아(5657억달러), 인도(5604억달러), 대만(545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66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