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감장 밖 분주한 공무원 > 국정감사 이틀째인 5일 국회 상임위원회 앞 로비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답변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
< 국감장 밖 분주한 공무원 > 국정감사 이틀째인 5일 국회 상임위원회 앞 로비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답변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
2019년 시작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부장 품목의 대(對)일본 수입액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대만 등 중화권 국가로부터는 수입액뿐만 아니라 의존도까지 모두 높아졌다. 정부가 소부장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0대 품목 日·중화권 수입↑
'소부장 독립'에 5.8조 쓰고도…日수입액 되레 늘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부장 100대 품목의 대일 수입액은 2019년 113억달러에서 2021년 134억달러로 21억달러(1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반도체 품목의 수입액이 2019년 34억1100만달러에서 2021년 54억2100만달러로 20억1000만달러(58.9%)나 늘었다. 기계금속(21억1000만달러→22억5400만달러), 전자전기(19억2100만달러→21억300만달러), 기초화학(2억9100만달러→3억1800만달러) 등의 분야에서도 대일 수입액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화권으로부터의 소부장 100대 품목 수입액 역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중국과 대만에서 소부장 품목을 수입한 금액은 87억달러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135억달러로 불어났다. 2년 새 55.2%(48억달러)나 증가했다. 지난해 중화권에서 소부장 100대 품목을 수입한 금액은 대일 수입액마저 뛰어넘었다.

정부는 일본이 2019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부장 100대 품목을 지정해 수급 다변화와 기술 자립을 추진해왔다. 2020년에는 수급관리 품목을 기존 100개에서 338개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정부 예산은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2019년 소부장 산업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20년에는 별도의 소부장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조성해 2조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에는 2조6000억원이 특별회계로 편성됐다. 올해 예산은 2조5000억원가량이다.
○진전 없는 소부장 자립
정부가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지만 정부가 수입 다변화와 경쟁력 강화 모두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소부장 100대 품목의 일본 의존도가 2019년 30.9%에서 2021년 24.9%로 6%포인트 줄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100대 품목의 중화권 의존도는 23.5%에서 25.1%로 증가했다. 일본 의존도를 줄여 중화권 의존도를 높였다.

자동차 분야 품목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2019년 11억2800만달러(의존도 15.0%) 수준이었던 대일 수입액은 2021년 8억2100만달러(7.4%)로 줄었다. 반면 이 기간 대중 수입액은 14억2300만달러(18.9%)에서 24억1600만달러(21.9%)로 증가했고 대만으로부터의 수입액 역시 14억400만달러(18.7%)에서 30억3400만달러(27.5%)로 늘었다. 중화권과 무역분쟁이 생긴다면 2019년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 수준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권명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내 소부장 자립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결과만 초래했다”며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화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