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인공지능 연구센터’ > 세계적 빅테크들이 유망 인재 풀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인 대상 인공지능(AI) 교육과 자격시험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튀빙겐에 있는 아마존연구소 직원들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아마존 홈페이지
< 아마존 ‘인공지능 연구센터’ > 세계적 빅테크들이 유망 인재 풀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인 대상 인공지능(AI) 교육과 자격시험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튀빙겐에 있는 아마존연구소 직원들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아마존 홈페이지
국내 한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정모 과장(37)은 인공지능(AI) 분야 경력을 쌓기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머신러닝(ML) 전문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영어 교재로 공부해야 해 노력이 두세 배 더 들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이직하려면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국내엔 AI 능력의 가늠자가 될 만한 별다른 자격이 없다는 게 정 과장의 설명이다.

영상 서비스 스타트업 대표인 박모씨(41)는 정반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AI 기반 솔루션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을 적임자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AI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는 정도면 되지만 이를 검증할 수단이 없었다. 그는 “회사는 ‘1종 보통 차량’ 운전자가 필요한데, 이를 구하기 위해 2종 승용차만 몰 줄 아는 이부터 자동차 정비 자격증이 있는 이들까지 죄다 면접을 봐야 했다”고 토로했다.
AWS, 자체 자격만 12개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관련 교육과 자격시험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의 정보기술(IT) 자회사로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AWS는 자체 자격증만 12개에 달한다. 기초, 준전문가, 전문가(프로) 등 수준별로 자격을 나누고, ML·빅데이터 등 세부 분야에도 별도 추가 자격을 인증해 준다.

교육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AWS는 일찌감치 AI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2016년 직원들에게 AI 기술을 교육하기 위해 사내에 ‘ML대학’을 설립했다. 2020년엔 이 중 일부 과정을, 작년부터는 모든 과정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다음달 초엔 새로운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전 세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AI·ML 장학 교육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AI 활용 능력' 검증할 수단 없는 한국…아마존은 자체 시험만 12개
구글은 AI 개발자 공인 인증 프로그램인 ‘TDC(Tensorflow Developer Certificate)’ 자격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AI 툴 텐서플로를 기반으로 ML 모델 개발,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등을 두루 다루는 과정이다. 자격만 주는 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까지 한다. TDC 자격을 가진 이들이 서로 교류하고, 채용 시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체 네트워킹 플랫폼을 지원한다.

엔비디아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 딥러닝인스티튜트(DLI)를 통해 AI 자격증 ‘젯슨 AI’를 운영한다. IBM도 자체 AI 전문 자격증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초보부터 도전할 수 있는 AI 초급 인증 과정, ‘레벨업’을 원하는 AI 개발자·데이터사이언티스트 등을 위한 전문 자격 과정 등 둘로 나뉜다.

이들 기업이 자격증의 문호를 일반인으로 넓힌 것은 유망 인재 풀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면 자사 시험을 치렀던 응시자에게 입사를 제안하는 식이다. 교육과 시험에 자사 서비스나 솔루션을 활용하고, 실무형 프로젝트 관련 내용을 주로 담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렇게 해야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게 빅테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은 실력 기준 ‘無’
한국엔 AI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이나 자격증이 아예 없다. 각 기업이 ‘제대로 된 AI 전문가’를 뽑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데이터 서비스를 하는 한 중소 IT업체 대표는 “국내에서 AI 분야는 회계·재무 등 다른 직군과 달리 통용되는 인증 체계가 아예 없고, ‘AI 개발자’라는 용어의 의미와 범위도 불확실하다”며 “이런 상황이 현업과 취업준비생 간 ‘미스매치’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엔 AI 신기술을 개발하는 특출난 전문가뿐 아니라 AI 솔루션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범용 인력 수요도 적지 않다. 하지만 초·중급 AI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도 만만찮다. ‘초·중급’이 정확히 어떤 수준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후보를 추리고 면접을 보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기업이 직원들의 AI 역량을 키워주는 것도 쉽지 않다. AI 직무를 놓고 학교·학원 등에서 각자 교육받은 수준과 내용이 너무 들쭉날쭉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힘들다는 게 인사·교육 담당자들의 토로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마케팅, 유통 관리, 데이터 분석 등에서 AI는 마치 영어 등 외국어처럼 기본기로 갖춰야 하는 기술이 됐다”며 “외국어의 경우 어학 시험 공인 등급으로 실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처럼 AI도 이런 가늠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