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이르면 내년 9월 ‘국채 선진국 클럽’인 WGBI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WGBI 편입이 확정되면 연간 50조원 이상의 해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될 전망이다.

한국 '국채 선진국 클럽' 가입 눈앞
WGBI를 관리하는 FTSE 러셀은 29일(현지시간) ‘2022년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한국을 시장접근성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고 발표했다. FTSE 러셀은 채권시장의 접근성을 레벨 0~2로 분류하는데 레벨2 국가만 WGBI에 편입한다. 한국은 현재 레벨1이다. 한국이 레벨2 상향을 위한 관찰대상국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TSE 러셀은 내년 3월과 9월 채권시장 국가분류 검토를 한 뒤 한국의 시장접근성 등급 상향 및 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접근성 등급 조정은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뒤 최소 6개월 이후에 이뤄지고, 편입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지수 편입까지 약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한다. 최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내년 9월부터 관련 자금이 유입된다는 의미다.

내년 편입이 확정되면 2009년 첫 편입 시도 이후 14년 만에 성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WGBI 편입을 다시 추진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상 편입 비중을 2.0~2.5%로 추정했다. 이는 편입 국가 중 아홉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채 편입 비중 1위는 미국(44.0%)이고, 일본(15.0%)과 프랑스(7.4%)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선진 채권지수' 편입 땐 최대 90조 유입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될 듯
세계국채지수(WGBI)는 23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돼 있는 대표적인 선진 채권지수다.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 상위 10개 국가 중 한국과 인도만 편입이 안 돼 있다. WGBI 편입을 위해서는 △국채 발행잔액(액면가 기준 500억달러 이상) △국가신용등급(S&P 기준 A- 이상) △시장접근성(FTSE 러셀 평가 레벨 2) 등 세 가지 요건을 맞춰야 한다. 한국은 국채 발행잔액과 신용등급 조건은 이미 충족하고 있었고, 시장 접근성이 마지막 걸림돌이었다. 시장 접근성은 FTSE 러셀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데, 이번에 상향 조정(레벨 1→레벨 2)을 위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면서 이 조건도 충족할 가능성이 커졌다.

WGBI에 편입되면 해당 국가 채권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만 2조5000억달러다. WGBI를 추종하는 기관은 편입 국가별 국채 비중을 벤치마크 삼아 채권 투자를 한다. 금융연구원은 한국이 WGBI에 편입되면 약 50조~60조원의 외국인 국채 투자가 유입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골드만삭스 등은 자금유입 규모가 최대 9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WGBI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 국채 투자 유입으로 금리가 하락해 연간 5000억~1조1000억원의 국채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건전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한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 국채 및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FTSE 러셀은 29일(현지시간) 한국이 WGBI 관찰대상국으로 등재됐음을 밝히면서 “한국 정부가 그동안 외국인 채권 투자를 저해했던 요인들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레벨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FTSE 러셀은 △외국인 국채 및 통화안정증권(통안채) 투자 비과세 △외환시장 선진화 방침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통한 국채 거래 활성화 계획 등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다.

정부는 WGBI 편입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택하고, 출범 이후 다양한 제도 개편을 진행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이 한국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을 거래해 얻은 이자 및 양도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정한 게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WGBI 편입국가 대부분이 외국인 국채 이자소득에 과세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제도를 손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국 국채시장이 선진 채권시장 중 하나로 인정받고, 원화채권 디스카운트 해소 및 국채시장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국 국채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시장 참가자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