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차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법원 회생 신청을 결정하면서 ABCP 보증 채무 미상환 사태가 발생한 여파다. 투자에 참여한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돈을 떼일 판이다. 파장이 커지면 부동산 PF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이원제일차는 전날 2050억원어치 ABCP를 차환 발행하지 않겠다고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아이원제일차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코리아 개발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마련한 SPC다. 이번 ABCP는 개발 사업의 PF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했다. 대출 주관사는 BNK투자증권이, 수탁사는 다올투자증권이 맡았다.

앞서 강원도는 BNK투자증권이 ABCP를 발행할 때 채무 보증을 섰다. 이 때문에 단기 신용등급 중 가장 높은 수준인 ‘A1(sf)’ 신용등급이 매겨진 상태다. 하지만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법원 회생 신청을 결정하면서 차환 발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IB업계의 설명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원중도개발공사가 2050억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회생 신청을 결정했다”며 “법정 관리인이 제값을 받고 공사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기관투자가들은 초비상이다. 지방자치단체 보증을 확보한 우량 신용등급 상품에 투자했지만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강원도에 지급 의무 이행을 요청할 것”이라며 “법무법인을 통한 채권 보전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부동산 PF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단기자금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부동산 PF를 기초로 한 ABCP 차환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는 “강원도는 물론 다른 지자체 개발공사가 발행한 ABCP의 차환도 불안해질 수 있다”며 “충격파가 부동산 PF를 넘어 채권시장 전체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도 부동산 PF 부실 우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9일 아이원제일차의 ABCP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으로 지정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