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명동의 개방형 연구개발(R&D) 공간인 ‘신한 익스페이스’에 들어서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창업가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신한은행 직원이다. 공모전을 거쳐 선발된 2개 팀이 은행 최초 사내 벤처로 육성되고 있다. 영업점 창구에서 일하던 이들은 현업을 떠나 창업가로 변신했다.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는 게 최종 목표다.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겨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던 은행들이 사내벤처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창업가로 변신한 은행원들

신한은행 최초의 사내벤처팀이 지난 28일 서울 명동 ‘신한 익스페이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신한은행 최초의 사내벤처팀이 지난 28일 서울 명동 ‘신한 익스페이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신한은행은 지난달 KT와 함께 사내벤처 아이디어 공모전 ‘2022 유니커스(UNIQUERS)’를 개최했다. 유니커스는 ‘독특한(unique)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엄상우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부 수석은 “기업가 정신을 지닌 직원들을 찾아 은행의 신성장 동력을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사내벤처 육성에 나섰다”고 했다.

신한은행에선 ‘디아트(D-ART)’ 팀과 ‘마음의 키’ 팀이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아 사내 벤처팀으로 선발됐다. 입행 13년 차인 손우진 수석과 김준기 수석이 꾸린 디아트 팀은 미술 작가 추천 및 정보 제공 플랫폼인 ‘아트픽하소’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 수석은 “미술 투자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마음의 키 팀은 8년 차 행원인 유승연 선임과 5년 차 권장옥 선임으로 꾸려졌다. 유 선임은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PB로, 권 선임은 영업점에서 상담 업무를 했다. 이 팀은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1 대 1 육아 코칭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장 1년간 인큐베이팅 기간을 주고, 팀당 최대 1억원의 예산도 준다. 분사하면 인당 5000만원을 지급하고 지분 투자도 검토할 예정이다. 분사 이후 3년 내 은행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리턴’ 조건도 붙였다. 창업의 리스크를 줄여준 것이다.

신사업 발굴 ‘속도’

박성호 하나은행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된 팀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박성호 하나은행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된 팀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도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가동에 나섰다. ‘하나 뉴비즈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 신사업 프로젝트 5개를 선정했다. 수익형 부동산 탐색부터 구매까지 지원하는 중개 플랫폼(빌드업)과 자금 관리부터 일정까지 챙기는 웨딩 금융 솔루션(두링), 양방향 블라인드 환전이 가능한 P2P 플랫폼(밈), 소상공인 지출 관리 서비스(제때), 반려묘 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플랫폼(꽁냥) 등이다. 88개 팀이 참여해 내·외부 전문가들이 사업성 검토 평가를 진행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선정된 5개 팀은 상금 각각 100만원과 함께 인큐베이팅을 거치게 된다. 사업화에 성공하면 독립 법인으로 분사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상용/김보형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