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장기 국채 매입이라는 카드를 긴급하게 꺼냈다.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하락)하는 상황에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는 평가다.28일(현지시간) BOE는 이날부터 이달 중순까지 장기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BOE는 장기 국채 매입 한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시장에서는 BOE가 대규모 개입도 가능함을 시사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BOE는 또 영국 국채를 다음 주부터 매각하려던 계획을 변경, 다음달 말로 연기해 시행하겠다고도 발표했다. BOE는 지난 22일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어 기준 금리를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리는 한편 지난 10여년 동안 이어온 양적완화(QE)를 끝내고 국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MPC에서 정한 일정을 미룬다는 뜻이다.BOE가 시장 개입을 발표하자 영국 국채 금리는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지난 27일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 5%를 넘겼다. 같은 날 10년물 국채 금리는 4.5%까지 상승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5년물 국채 금리는 2010년대 초반 유럽 재정위기 당시 취약 국가였던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 금리를 추월했다. 하지만 BOE의 이번 개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대규모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계획이 최근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파운드화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영국의 감세 정책으로 인해 불거진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1달러당 0.93파운드까지 내려가는 등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 지출 확대와 대규모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중앙은행(BOE)은 국채 매입 계획을 긴급 발표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IMF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영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이 시점에서는 선별적이지 않은 대규모 재정지출을 권하지 않는다”며 정책 재고를 촉구했다.IMF는 특히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상반된 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물가를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얘기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22일 물가 대응을 위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IMF의 이례적인 공개 비판은 영국발(發) 금융쇼크가 발생한 이후 나왔다. 23일 영국 재무부는 50년 만의 최대인 450억파운드(약 69조원) 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가계와 기업을 위해 향후 6개월간 600억파운드(약 92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그러나 영국 정부의 이런 조치는 재정적자를 키우고 인플레이션을 가중할 것이란 우려가 퍼졌다.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26일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28일 BOE는 다음달 중순까지 장기 국채를 필요한 만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다음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국채 매각도 다음달 말로 연기하겠다고 했다. BOE의 발표 직후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하락하며 진정세를 보였다. BOE의 이런 결정은 3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 5%를 넘어서는 한편 5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재정 취약국인 이탈리아와 그리스보다 높아진 이후 나왔다. BOE는 이번 개입의 규모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대규모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앞서 27일 HSBC 등 6개 은행은 금리 변동성을 감안해 이날 영국 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28일 월가 은행들을 만나 경제 상황을 설명할 계획이다.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