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은 단색 대표가 국내 최초로 개발된 다중흡수 위생팬티(생리팬티)인 '컴포트에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단색 제공
황태은 단색 대표가 국내 최초로 개발된 다중흡수 위생팬티(생리팬티)인 '컴포트에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단색 제공
“피부가 예민한 딸이 입어도 되는 생리 팬티가 시중엔 없었어요. 이럴 바에 내가 만들어보자고 용기를 냈습니다.”

여성 기능성 속옷제조업체 ㈜단색의 황태은 대표(사진)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생리팬티’로 불리는 다중흡수 위생팬티를 개발해 출시했다. 평소 피부가 예민해 일회용 생리대를 하루이상 착용하기 어려웠던 그는 “세상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생리대는 수십년째 똑같고 피부가 예민한 여성들은 불편을 참아야만 할까”라는 생각에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결혼 후 딸을 낳아 기르던 30대 초반, 창업이라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당시 생리팬티라는 제품군 자체가 국내엔 없었다.

흡수와 건조가 일회용 생리대보다 뛰어나고, 세탁도 용이한 소재를 찾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제조할 공장과 설비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수많은 실패 끝에 개발 2년 만에 생리혈 건조속도, 흡수속도, 항균도가 기존 일회용 생리대보다 월등히 뛰어난 생리팬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숙명여대와의 연구·개발(R&D) 협력으로 탄생한 생리팬티 ‘컴포트에어’는 기존 국내외 일회용 생리대보다 건조속도가 30~50% 빠르고 흡수속도는 10배이상 빨라 착용시 쾌적감이 오래간다. 식물이 수분을 흡수할 때 작용하는 모세관 현상을 활용해 가능해진 기술이다. 굵기가 다른 3가지 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 공간을 통해 많은 생리혈을 빨리 머금어 새는 것을 막아주고 세척시에는 쉽게 배출해 빨래하기에도 용이하다. 착색 걱정없이 간단한 물세척 후 세탁기에 넣기만 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특수 세라믹 입자가 분비물의 습기를 공기중으로 날려보내 빠른 건조를 돕는다. 항균성 섬유로 살균과 동시에 악취도 제거해준다.

황 대표는 “2017년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는 사건 보도로 소비자들은 많은 불안함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며 “신소재 5중 흡수 원단을 사용해 피부트러블 및 유해물질 우려가 없고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인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제품은 흡수량에 따라 라이트, 베이직, 드로즈, 오버나이트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황태은 대표가 특수 제조 공법으로 만들어진 생리팬티(컴포트 에어)의 표면을 살펴보고 있다. 단색 제공
황태은 대표가 특수 제조 공법으로 만들어진 생리팬티(컴포트 에어)의 표면을 살펴보고 있다. 단색 제공
여성 한 명이 평생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수는 1만6000여개로 총비용만 500만~800만원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생리대가 완전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0년이다. 하지만 개당 소비자가격이 4만9000원선인 이 제품은 한번 구매하면 4~5년간 쓸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의류시험연구원 시험 결과다.

이 제품은 입소문을 타고 날개돋힌 듯 팔렸다. 2017년 10월 첫 출시 이후 5년간 누적판매량은 30만장으로 업계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자사몰 회원수만 11만명, 누적 리뷰수는 3만개에 달한다. 연말엔 일본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주니어 브라시장에도 진출해 현재까지 26만장(6월 기준)을 팔아 국내 시장점유율 1위다. 단색의 올해 예상 매출은 75억원으로 내년엔 1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단색은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긴다'는 경영철학으로 세상에 없던 편안한 여성 기능성 속옷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금도 생리팬티의 품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춰 사업 초기 대기업으로부터 기술 이전 제의도 많이 받았다”며 “세상에 없던 기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요실금속옷, 임산부를 위한 속옷 등 여성의 생애주기별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