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공장 직원이 완성된 차를 검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공장 직원이 완성된 차를 검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원화 가치 하락, 달러화 가치 상승)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으로 꼽히는 완성차 업계의 단기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니켈,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아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13년6개월 만에 140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날보다 소폭 내려 1420원대 후반에서 등락 중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까지 꾸준히 올라 1450~1460원대까지 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수출 기업이 주로 포진해 있는 완성차 업계는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 이익을 달러화로 거둬들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매출 35조9999억원, 영업이익 2조9798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원·달러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올랐다. 현대차는 이 기간 순이익에서 약 6000억원, 기아는 5090억원의 환율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차는 전체 매출의 55%, 기아는 62%가 수출 물량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3분기에도 매출액 컨센서스(예상치 평균)이 34조24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6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64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완성차 업계는 환율이 10% 오를 때마다 마진이 약 3.3%포인트 상승해왔다"며 "완성차 기업들의 직전 12개월 예상 매출액이 지난해 초 대비 25% 증가했는데 환율 효과까지 더하면 올 3분기 실적 개선세는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은 장기적으로 고민되는 대목. 니켈, 구리 등 완성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값을 달러화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들의 원자재 수입가격도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생산비가 늘어 장기적으로는 차값 인상을 부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자재와 물류비는 주로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에 당장 이번 분기에 반영된다고 볼 순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비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