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여러 위장 건설사를 동원하는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8개 건설사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들 건설사는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택지를 저가로 양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6일 국토교통부가 벌떼 입찰을 원천 차단하는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국세청도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은 부동산 개발이익 독식, 우월적 지위 남용, 부의 편법 대물림 등 세 유형의 탈세혐의자 32명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중 8명이 부동산 개발이익을 독식한 탈세혐의자이고, 다수는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분양받았다는 게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벌떼 입찰로 시장 경쟁 질서를 훼손하고 공공택지를 독점한 법인 납세자들이 사주 지배법인을 시공사로 참여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사주 일가가 부동산 개발이익을 독식했다”며 “일부 법인이 벌떼 입찰을 통해 공공택지를 독점해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겼고, 결과적으로 민생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시공사인 A사의 사주는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 입찰로 자신의 미성년 자녀가 지배하는 시행사 B사가 공공택지를 취득하게 했다. 이어 B사는 두 차례 아파트 분양에 성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A사는 B사가 진행하는 아파트 공사에 저가로 용역을 제공했다. B사의 주식 가치는 5년 전 사주 자녀가 증여받을 때와 비교해 200배 올랐다.

다른 사례를 보면 시행사 C사는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뒤 사업 시행을 포기했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시행사 D사에 이를 저가 양도했다. 자녀가 지배하는 시공사 E사가 공사를 진행했고, 사주 자녀는 시행사 분양수익과 시공사 공사수익을 독차지했다. 국세청은 이를 사실상의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고, 증여세 등 수백억원을 추징하기로 했다.

이 밖에 자녀에게 계열사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 정보를 넘겨 관련 주식을 미리 취득하게 하거나, 전업주부인 배우자가 출근하는 것처럼 위장해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적발됐다. 법인자산을 사유화하고 기업이익을 빼돌린 11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슈퍼카나 고급 별장 등을 법인 명의로 구입한 뒤 사주가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적발된 호화자산 규모만 1748억원에 달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