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기대응 방향 모호…시그널 확실하게 줘라"
“지금 정부 정책을 보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인지 경기 침체를 막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사진)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도 미국처럼 어떤 경제적 희생이 따르더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이 모호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 브레인’ 역할을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장은 대통령)을 맡아 경제정책을 설계한 경제 원로다.

김 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모호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모호함 없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잡지 못해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 민생 자체가 무너진다는 게 지난 역사의 교훈”이라며 “가계와 기업의 부채 문제가 터지는 것을 우려해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라고 부채 문제가 걱정 안 되겠냐”며 “그럼에도 경제 전체를 위해 물가 잡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 기회에 한계기업과 저소득 채무자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1980년대 초 오일 쇼크로 물가가 올랐을 때 단기적인 경기 침체 우려에도 정부는 강력한 긴축에 나섰다”며 “이때 구조조정이 이뤄진 덕에 경제 체질이 개선돼 1980년대 후반 저금리·저유가·저달러의 3저 호황을 타고 경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시그널(신호)이 분명하면 경제 주체들은 그 방향에 맞춰 적응한다”며 “여기선 ‘물가 잡는다’고 하고 저기선 ‘어려운 사람 도와준다’고 헷갈리게 말하면 결국 어떤 문제도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고통 없는 위기 극복은 없다고 이해를 구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금 경제 상황은 어떻고,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비전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