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조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후 줄곧 산업은행 품 안에 있던 대우조선은 21년 만에 새 민간 주인을 맞게 됐다. 육상과 항공 부문 방산사업을 하는 한화그룹은 국내 1위 함정 건조업체인 대우조선을 손에 넣으면서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이 55.7%에서 28.2%로 줄어들며 2대주주로 남는다.

이번 투자 유치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조건부 합의를 한 뒤 경쟁입찰을 벌여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는 인수합병(M&A) 방식이다. 한화그룹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오면 최종 투자자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화보다 더 나은 매수자를 찾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포기했다. 당시 6조3000억원을 써냈지만 현재 대우조선 인수가는 2조원으로 줄었다. 대우조선의 몸값이 떨어진 게 한화그룹이 민수와 방산 부문을 모두 떠안는 ‘통매각’을 받아들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한화 측은 “방산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한다”며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종합 방산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혁/강경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