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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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는다. 2008년 좌초됐던 인수 시도가 14년 만에 성사되는 분위기다. 이번 인수전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후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만나게 된다.

한화그룹은 특수선 기술력을 갖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그룹 주력사업의 한축인 방산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한화그룹, 2조 규모 유증…대우조선 지분 49.3% 인수 추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 제공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해양과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MOU에 따라 한화그룹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같은날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는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와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을 포함해 모두 6개 계열사가 투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투자사들은 상세 실사 후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올해 11월말께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2008년 6조원대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으나 서브프라임 사태 등 여파로 무산된 바 있다.

"대우조선에 R&D 투자해 미래 방산 기술 확보"

사진=한경 DB
사진=한경 DB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조선업 진출과 함께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란 관측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기존의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는 만큼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동·유럽·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 공유와 대우조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한화그룹은 설명했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 관련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의 조선, 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로 확고히 자리 잡을 계획"이라며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할 경우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고 한화 측은 전했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