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금속 업체인 고려아연, 영풍, 풍산은 자본시장에서 ‘은둔의 기업’으로 통한다. 아연과 구리 등 비철금속 생산으로 매년 부침 없는 실적을 내온 만큼 기업설명회(IR)·홍보 유인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배터리 등 신사업을 전개하면서 고객사 유치와 자금 조달이 필요해지자 기관투자가 등 외부와의 접촉이 빈번해졌다.

26일 영풍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1일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 주최로 열린 배터리·전기차 콘퍼런스에서 2차전지 재활용 기술·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폐배터리를 부숴 2차전지 원료인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회수하는 사업이다. 이 회사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 공장을 짓고 2030년까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서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R과 외부 활동이 전무한 이 회사가 사업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금융시장 관계자들도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고려아연도 이달 지속가능경영본부를 신설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인 김기준 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본부 산하에 커뮤니케이션실을 강화하면서 홍보·IR 역량을 키우고 있다.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사업에 2030년까지 10조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최근 발표했다. 투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H2를 대상으로 주식 5.0%를 추가 발행해 4700억원을 조달하는 등 자본시장과의 접촉면도 늘리고 있다.

풍산도 지난 7월과 이달 두 차례 IR을 열었다. 이 회사가 공식적으로 IR 행사를 개최한 것은 2015년 1월 이후 7년6개월 만이다. 모처럼 열린 IR에서 풍산은 향후 2차전지 소재 설비와 공격 드론 개발 등에 31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소재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 구리 압연박판 등 설비 증설에 144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개인 휴대 전투 드론(PCD)’ 개발에는 15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풍산은 이달 방산부문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직후 관련 IR을 열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